프랑스 소설가이며 극작가인 알베르 까뮈의 ‘이방인’이라는 소설에서 이런 글이 있다.
‘바로 그때였다. 모든 것이 동요한 것은…
바다는 두텁고 뜨거운 바람을 실어 왔다. 하늘은 활짝 열리며 불을 쏟는 듯하였다.
나의 온몸이 긴장하여 피스톨을 힘있게 거머쥐었다. 방아쇠가 놀았고 나는 권총자루의 미끈한 배를 만졌다. 그리하여 짤막하고도 요란스러운 소리와 함께 모든 것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나는 땀과 태양을 떨쳐버렸다. 한낮의 균형과 내가 행복을 느끼고 있던 바닷가의 특이한 침묵을 깨뜨린 것임을 나는 느꼈다. 이어서 나는 그 굳어진 몸뚱이에 다시 네 방을 쏘았다.
총탄은 보이지도 않게 깊이 들어박혔다. 그것은 마치 내가 불행의 문을 두드린 짧은 네 토막의 소리인 듯하였다.’
아랍인을 죽일 만한 충분한 이유도 없이 뫼르소는 그에게 권총을 발사한 것이다. 뫼르소의 말을 빌린다면 총을 쏜 유일한 이유는 햇빛 때문이다.
필자가 필리핀에서 살아 온지도 벌써 15년이 지났다. 결코 많이 살았다는 말이 아니다.
하지만 필리핀은 조금은 알 것 같다고 말 할 수 있으리라.
필자가 느낀 필리핀에서의 한국인은 다른 어느 외국인들 보다 필리핀을 스쳐가는 ‘이방인’이라는 느낌이다.
필리핀에서 살고 있으면서도 현지인의 습성과 문화, 관습, 식생활을 전혀 이해하려 들지 않고 있다. 한국인은 한국식만을 고수하려 한다는 것이다.
뫼르소가 살인을 하려는 의도는 전혀 상관없이 무의식적으로 강한 햇빛에 대한 반발적 ‘부조리’가 작용했다. 이렇게 한국인들은 필리핀 사람을 이해 하려 하기 보다는 우리와 틀린 사람으로만 인식하고 ‘이방인’적 행동을 취하고 있다.
그들과의 식사가 한국 음식을 대접하는 것도 좋지만 그들이 먹는 필리핀 전통 음식도 나눌 수 있어야 한다. 때로는 ‘까마얀 스타일’인 맨손으로 밥을 먹을 줄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그들에게 비춰지는 한국인은 스치는 사람이 아닌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이웃이 되었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