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6일 임진강의 북한지역 황감댐의 예고 없는 방류로 많은 인명피해를 내곤 그 사고의 책임을 여러 군데 물었다. 그 내용을 보면 아직도 우리 사회는 안전에 대한 의식이 뒤떨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자기 자리를 제대로 지키는 사람도 많지 않다. 기계에서 작은 부속 하나만 제 기능을 못해도 기계 전체의 작동이 불가능하듯이 인간사회도 마찬가지다. 건널목 간수가 별스런 직업이 아닌 듯이 보이지만 그 사람이 그 자리에 없을 경우를 생각하면 아찔하기만 하다. 이번 일은 우선 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철저히 조사하여 방지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으려면 책임추궁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어려서부터 어떤 직업이나 직책이라도 다 귀중함을 각인시켜야 한다. 우리는 아직도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사고방식으로 직업을 대한다. 그런 생각으론 자기 자리를 충실히 지키지 않게 되는 것이다. 우리 청소년들에게 장래의 희망을 물어보면 대답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저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이 그들의 희망이다. 어려서부터 어떤 직업에 대한 귀중함과 동경심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직업의식과 사명감이 결여되면 사회 구석구석에서 사고가 터지게 마련이다. 지금 어린이들에게 그런 제대로 된 외양간 고치기 교육을 하면 20-30년 후엔 어처구니없는 안전사고들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을 우습게 알면 백년하청일 뿐이다.
필리핀은 지난달 26일에 태풍 ‘온도이’로 말미암아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약 300명이 죽거나 실종되었고, 이재민만도 170만이라고 하니 금세기 최대의 홍수 패해 중의 하나일 것이다. 그 피해가 컸던 이유 중의 하나를 댐에서 물을 방류했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었다. 그러나 그 시기와 양이 적절했는지는 조사기관이 판단할 것이다. 혹시 문제가 있었다면 역시 필리핀에서의 사고들도 위에서 언급한 같은 맥락에서 풀어야 한다. 동족방뇨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불가능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