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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버스의 맛있는 이야기]맛있는 일식 (해송 편)

등록일 2009년10월16일 10시45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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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일자: 2009-10-16
 

공교롭게도 해송의 맛집 탐방기를 쓰려고 계획하고 방문 스케쥴을 잡았더니 마닐라 서울 교민지를 통해 ‘해송체험기’ 감상문 이벤트를 기획 중이란다. 자칫 독자들에게 너무 홍보성의 글로 비춰질까 봐 탐방의 글을 다음 기회로 미루려는 생각도 했었다. 그러나 과연 내 글이 뭐 그리 대단하고 영향력이 있다고 기왕지사 잡혀있는 해송 사장님과의 약속을 깨는 결례를 범하고 싶지 않아 해송식당의 프로모와 상관없이 알버스의 맛 이야기에 해송을 담아 글로 개진하니 독자들의 오해가 없기를 진심으로 바랄 뿐이다.

 

자주 해송을 찾는 매니아라고 칭할 수는 없어도 마닐라에 살면서 해송을 갈 수 밖에 없는 것은 사업을 하는 사람들로서는 거의 필수 조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생선회를 먹으려면 대개의 경우 두 종류의 식당에서 망설이게 된다. 한 곳은 분위기와 상관없이 본 목적인 생선회를 만끽할 수 있는 횟집이고 또 다른 곳은 일종의 사업적인 접대의 분위기가 살아나면서 대화를 목적으로 하면서 생선회를 즐길 수 있는 일식집이다. 당연 후자의 경우 전자보다 좀 더 값비싼 댓가를 치뤄야 하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 면만 본다면 해송은 후자에 속하는 거의 독보적인 식당 중 하나이다.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는 한국의 그 어떤 일식집에 비교한다 해도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생선회 정식을 주문하면 나오는 기본 메뉴도 주머니에 가지고 간 고급스러움에 대한 기대감을 결코 실망시키지 않는다.

 

오늘은 이 곳, 해송의 대표적인 베스트 셀러를 소개할 작정이다. 한국에서는 제주도에서만 잡힌다는 다금바리과의 “라푸라푸" 정식(1인분 1,000페소) 다금바리는 원래 난류성 어종이라 대개의 경우 고향인 필리핀에서 출발하여 중국 광동을 거쳐 제주도까지 한 바퀴 찍고 다시 필리핀으로 회귀하는 어종이다. 제주도 출신인 해송의 주방장은 라푸 라푸를 황돔과 다금바리의 중간 쯤의 맛이라고 평하니 그의 입맛도 대단하다. 주방장의 혈액형을 알지도, 묻지도 않았지만 상당히 맛과 식단에 고집스러운 자신감이 묻어 있다. 그 고집은 다른 횟집에서 흔하게 나오는 엇비슷한 애피타이져들을 자기만의 다른 메뉴들로 다 바꾸어 버렸다. 대개의 경우 자리에 앉으면 따뜻한 죽 한 그릇 먼저 내놓는 것이 이 곳 횟집들의 비슷한 모습들인데 그는 소바라는 반전의 전채 요리로 시작하기를 권한다. 그것 역시 옳다고 볼 수도 있다. 일식에서의 전채 요리는 차가운 음식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차가운 메밀이 시작을 알리는 전조의 역할도 맛을 느끼려는 이들에게는 다음 음식에 대한 기대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하나 아쉽다면 소바에 생 메추리알을 하나 얹어주고 무즙을 좀 더 깔아 주면 맛이 배가될 것 같다.

 

이윽고 등장하는 밑반찬들로, 두부 튀김에 살짝 얹은 가츠오부시, 초고추장에 살짝 야채와 함께 버무린 새콤달콤한 참치회 무침, 오징어와 새우에 초를 묻혀 브로콜리와 토마토를 깔아 입 짧은 가을에 입 맛을 돋구어 낸다. 후레쉬한 성게알 사시미, 콘 샐러드, 야채 샐러드, 지글지글 불판 위에 서빙 되는 돼지 불고기(이건 빨리 먹어야 타지 않은 생생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문어 스시와 캘리포니아롤, 잡채 김말이 튀김도 별미를 제공해 준다. 거기에 입맛을 돋구는 최정예 무대, 와사비, 락교, 초생강절임, 단무지, 양파 간장 절임의 등장도 회의 풍미를 높게 만든다. (난 이 부대를 유비, 조조, 원소, 여포 등의 영웅 호걸에 비교하고 싶다.) 아쉽다면 생와사비였으면 금상첨화였을 것이다. (아마도 단가를 맞추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생각은 들지만) 이어지는 참치회와 연어회.

 

드디어 오늘의 주인공, 라푸 라푸의 사시미의 등장이다. 와사비 간장에 살짝 묻혀 입으로 넣으니 싱싱한 살 맛이 난다. 직접 재배해서 곁들여 내 놓는 무순은 알싸하다. 그러나 해송 만찬의 대단위는 이 라푸라푸 한 마리의 접시에서 끝이 난다. 금비단 옷으로 치장한 라푸라푸 쓸개주, 젓가락에도 미끄러질 한 젓가락도 안되 혀에 닿기도 전에 녹아 버리는 간과 알고 있었던 기존의 입맛을 무너지게 하는 볼때기살, 쫄깃쫄깃 육고기의 막창 보다도 더 진한 식감의 내장, 복어 껍데기 못잖은 라푸라푸의 껍데기의 담백함. 이 맛은 생선회 보다도 더 인상적이고 해송이 결코 만만한 횟집이 아님을 강렬하게 말해준다. 그 뒤로 이어지는 연어 빵아 구이나 새우 튀김, 고구마 튀김, 장어 구이는 이제 내 알 바 아니다. 풍미를 즐기고 나니 구이나 튀김 따위는 눈에 들어 오지 않는다. 이미 느낀 맛의 여운이 깊어 지면서 오늘은 매운탕마저 포기해야겠다.

 

담백한 표정으로 해송 문을 나선다.

김정훈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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