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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버스의 맛있는 이야기]맛있는 소식(小食)

등록일 2009년10월09일 10시42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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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일자: 2009-10-09
 

“대식(大食)”에 관한 성석제님의 한 단편을 슬쩍 발췌해 담아 본다.

 

내가 직접 목격한 대식(大食)의 기록은 함께 자취를 하는 고등학생들이 작성한 것이었다. 내가 방문하던 때 그들은 마침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한 사람은 부지런히 라면 봉지를 뜯어서 수프와 면을 분리해놓고 있었고 한 사람은 파를 다듬고 달걀을 깨뜨려 반죽을 만들었다. 그들이 쓰는 솥은 칠인용 전기 밥솥이었다. 사방 벽에는 라면상자가 천장까지 쌓아 올려져 있었는데 반은 비어 있었고 반은 들어 있었다. 라면 상자 때문에 책상이나 장을 놓을만한 공간도 없었고 교과서며 일상도구, 옷은 라면 상자 안에 들어 있었다. 라면 상자가 그들의 식탁이었고 조리대였고 설거지를 한 다음 남은 쓰레기를 버리는 쓰레기통이었다. 국물까지 하나 남김없이 마셔버리기 때문에 설거지라는 게 솥에 남은 기름기를 제거하는 것 정도로 간단했다. 그 기름기는 두루말이 화장지로 닦아서 라면 상자 안에 버리면 그만이었다. 그나마 기름기를 닦아낼 짬이 별로 없을 정도로 식사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이어졌다. 그들에게 필요한 게 무엇이냐고 묻자 그들 중 하나가 이렇게 말했다. "커다란 함지가 있었으면 좋겠어. 솥이 하나밖에 없어서 한 사람이 솥을 끌어안고 먹고 있으면 그 동안 다른 사람이 기다려야 하거든. 순서 때문에 가끔 싸우기도 해. 그게 불편하고 싫어." "그럼 한 사람이 한꺼번에 라면 아홉 개를 먹는단 말이니?" "응. 엄마가 더 큰 솥은 안 된다고 하셨어. 다른 솥을 하나 더 샀으면 좋겠는데 그러면 라면 값 때문에 등록금을 못 낼지도 모른다고 한사코 말리셨어."

 

일본 에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끼 하야오 감독의 “센과 치이로의 행방불명”에 보면 주인공의 부모가 온천장 주변의 식당가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며 맛있게 보이는 음식들을 그야말로 게걸스럽게 먹다가 돼지로 변하는 장면이 있다. 또한 무엇이든 닥치는데로 먹어 삼키는 얼굴 없는 요괴도 등장한다. 아마도 물욕적인 인간의 그칠 줄 모르는 탐욕을 표현하기에 충분하였으리라.

 

중국인들에게 음식은 무엇인가? 라고 물을 때 “民以食爲天”(민이식위천), 즉 “먹는 것이 하늘이다”.

수 천년 중국 역사의 키워드는 먹는 게 중심이었고 백성들의 먹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왕들의 중요한 가치였던 것이다. 중국 요리 컬럼니스트인 노태권씨에 따르면 “덩샤오핑의 개혁 개방의 근간도 인민들의 굶주리는 현실 속에서 사회주의의 한계를 깨닫고 돌파구를 찾은 것이다”라고 한다. 이렇듯 먹는 문제는 그 언제였는지 모를 인류의 시작에서부터 현대 문명에 이르기까지 우리 생명을 좌우하는 가장 근본적인 위협과 동시에 축복에 관한 문제였던 것이다.

 

오늘 필자가 말하려는 요지는 소식(小食)이라는 식습관에 관한 것이다. 그러나 다이어트를 위한 소식에 관해 얘기를 하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 소식에 관한 언급은 요즘의 트렌드에 한정되어 있는 것 또한 아니다. 이미 6,000여년 전에 지어진 이집트 피라밋의 비문에도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사람은 먹는 양의 1/4로 산다. 나머지 3/4은 의사를 배부르게 한다.” 즉 병은 과식에서 온다는 사실을 인류는 이미 오래 전부터 간과하지 않고 있었음을 알려 준다. 물론 식습관을 쉽게 바꾼다는 것은 어떤 이들에게 있어선 아주 어려운 문제일 수도 있다. 그러나 오늘 필자가 하려는 말들을 한 번 참고 경청해 주시기를 감히 부탁 드린다. 소식이란 보통의 식당에서 1인분의 주문으로 나오는 량에 60-70% 만을 섭취하는 것이다. 이 정도의 양을 섭취했을 때 수저를 놓는 습관을 두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식사를 하기 전에 30-40%의 양을 덜어 놓는 것이 현명하다. 한 끼의 식사량을 다 먹으면 포만감은 생기는데 맛의 여운은 가져 갈 수가 없다. 음식을 천천히 이로 씹으면서 혀로 느끼고 맛을 즐기며 먹다 보면 맛의 만족도가 높아져 더 이상의 음식을 요구하지 않게 된다. 음식이 주는 맛은 몸의 내부에서 요구하는 것까지 조절할 수가 있다. 지금도 가난한 나라에서는 먹을 것이 없어 영양실조라는 병이 생명을 앗아간다. 또한 먹고 살만한 나라들은 영양의 과잉 섭취로 똑같이 음식으로 인해 생명을 위협받고 있다. “고”지혈증, “고”혈당(당뇨병), 이 모든 것이 영양의 과잉 즉 과식병이다.

 

우리 몸은 질병을 이겨내기 위한 면역체계란 방어 능력을 스스로 가지고 있다. 그것은 “식욕부진”과 “발열”로 나타난다. 몸이 아프면 입맛을 잃고 음식을 거부하려는 것이나 몸이 아프면 열을 내어 몸을 따뜻하게 하는 것이 최상의 방법인 셈이다. 그러나 배부르게 먹고 마시면 음식물에 들어 있는 영양소가 위장에서 혈액으로 흡수된다. 그렇게 되면 영양소를 잔뜩 먹은 백혈구도 배가 불러 체내에 미균이나 알레르겐이 침입하거나 암세포가 발생해도 막으려고 하지 않는다. 즉 면역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인간 몸의 생리에는 간단한 철칙이 있다. 그것은 흡수는 배설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많이 먹고 마시면 소화 흡수를 위해 혈액이 위로 집중되기 때문에 배설 장기에 혈액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아 대, 소변, 땀 등의 배설이 저하된다. 배설능력이 저하된다는 것은 그만큼 몸에 노폐물들이 축적되고 혈액을 더럽혀 만병의 근원이 된다. 또한 과식을 하면 음식을 소화시키는 과정에서 활성 산소, 유해 산소가 나와 주변 세포를 파괴하고 노화를 촉진시키며 뇌의 활동을 떨어 뜨려 집중력을 둔화시킨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피타고라스도 이렇게 말했다. “사람의 병은 많이 먹는 데서 온다. 될 수 있으면 적게 먹어라. 그러면 당신의 몸과 정신도 튼튼해질 것이니 질병의 신도 당신을 어찌하지 못할 것이리라.” 소식의 습관을 만드는데 도움이 되는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하며 글을 맺겠다.

 

1. 식사 전에 물 한 컵을 마시면 공복감을 없애서 성급히 먹는 것을 막아 준다.

2. 맵거나 짠 자극적인 음식은 식탐을 어김없이 유발시키니 가능한 멀리한다.

3. 책을 읽거나 티브이를 보면서 식사하지 말고 음식에만 집중해서 먹는다.

4. 혼자 먹지 말고 함께 먹으며 음식에 관한 대화를 나누면서 먹는다.

5. 외식시 즉흥적으로 메뉴를 정하지 말고 미리 정해 내 몸에서도 그 맛을 받아 드릴 준비를 시킨다.

6. 여럿이 나누어 먹는 음식보다 각 자의 양을 느낄 수 있는 메뉴를 먹는다.

7. 소식을 하다 보면 식사 때를 놓치면 공복감을 참을 수가 없다. 대비하여 바나나를 항시 준비해둔다.

8. 부드럽고 달콤한 음식을 멀리한다. 디저트로 먹는 부드러운 케익은 식탐을 자극한다.

9. 과식은 육식보다도 더 나쁜 습관임을 명심한다.

10. 절제가 맛의 여운을 오래 가져 가며 진정한 미식가나 식도락가는 소식가임을 잊지 않는다.

김정훈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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