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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버스의 맛있는 이야기]맛있는 한가위

등록일 2009년10월05일 18시14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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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일자: 2009-10-05
 

올해도 정월 초하루와 버금가는 한국인들의 명절 중 양대 산맥의 하나인 추석이 어김없이 찾아왔다. 날이 궂은데도 말이다. 정월 초하루의 명절이 집안 어르신들의 안부와 만수무강을 기원하며 가족들의 결속을 강화하는 의미가 있다면 추석은 초월적인 존재에 대한 감사와 이웃들과 나눔의 명절이다. 풍요와 사랑의 계절인 가을과 함께 찾아오는 추석은 겸손과 감사의 고백을 만들기도 한다. 이 곳 필리핀에 오래 살다 보니 추석이란 사실 형체 없는 관념으로 다가 오기가 쉽지만 말이다. 그런 연유로 이 곳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우리가 어릴 적 가졌던 추석에 대한 넉넉한 풍요와 베품의 기억들을 갖지 못하는 것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자, 그렇다면 앉아서 걱정만 하지 말고 추석 음식이라도 멋지게 차려 아이들에게 한국의 민속 명절을 일깨워 주자. 식구들이 함께 모여 송편을 빚는다면 얼마나 근사한 일 일까? 어려서 할머니와 엄마, 온 식구들이 모여 송편 빚던 일이 기억의 한자락으로 남는다. 주로 깨를 갈아 설탕과 꿀을 버무려 넣지만 콩을 넣기도 하였다. 달콤한 맛을 기대하고 송편을 한 입 물다가 콩이 씹혀지면 정말 싫었다. 오히려 지금은 콩이 더 맛있을 텐데 왜 어려서는 지금의 입 맛과 정반대의 입맛을 가지고 있었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잡채를 만들 때 우엉을 넣어 우엉 잡채를 만들어 보자. 마카티나 깔띠마에 있는 일본 그로서리에 가면 고부라는 일본어의 우엉을 판다. 값도 그리 비싸지 않다. 껍질을 벗기고 채를 썰어 천일염 물에 넣고 데친다. 2-3시간 당면을 불려 놓고 표고 버섯, 당근, 부추, 당근, 돼지고기, 우엉을 채 썰어 후라잉 팬에 기름 넣고 볶다가 당면 넣고 맛간장, 물엿이나 꿀 넣고 참깨 뿌려주면 우엉 잡채 완성. 우엉의 아삭하게 씹히는 맛과 영양이 넘쳐난다. 우엉은 칼슘이 풍부하고 칼슘의 흡수를 돕는 이눌린 성분을 포함하고 있어서 성장기 어린이들에게 고칼슘 섭취를 가능케 해준다. 이눌린 성분은 다당류의 일종으로 가열을 해도 성분 변화가 없고 기름에 볶아주면 우엉 특유의ㅐ 질감과 향을 살릴 수 있어 좋다. 또한 장운동을 활성화시켜 만성 변비에 좋고 대장암 발생의 위엄을 줄여준다.

 

이 나라에서도 즐겨 먹는 흔하고 저렴한 녹두를 이용하여 녹두 빈대떡도 걸맞다. 물에 담가 거피하거나 이미 거피된 몽고(녹두)를 구입하여 믹서에 물 넣고 갈아준다. 여기에 신김치와 파. 돼지 고기를 넣고 후라잉 팬에 지져준다. 마를 넣어 주면 또 다른 별미를 즐길 수 있다. 갈비찜도 어울린다. 갈비찜의 격상을 올려주는 것은 역시 안에 들어가는 은행이다. 그린힐스의 유니마트에 가면 중국산 은행을 비교적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흔히들 중국산이라고 하면 저품질이라는 편견만 갖고 있기 쉬운데 그들도 수출 퀄러티의 고품질의 상품이 있다는 것을 간과하면 안 된다. 일본의 재래 시장에도 중국산의 많은 채소들이 진열되어 있는데 결코 품질이 낙후되어 있지 않다. 갈비찜과 도라지 무침은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모른다. 도라지와 갈비찜이 정말 함께 win, win 한다. 한국의 나물들도 그립고 할머니가 만들어 주시던 약과 파는 빼고 고기만 골라 먹다 혼나는 소고기 산적, 엄마의 품처럼 반갑고 그리운 한국의 추석 음식들. 지금 수술을 받으시고 입원 중이신 어머니께 사랑한다는 말씀과 잘 이겨 견뎌내시라는 위로와 힘찬 응원을 하고 싶다.

 

이맘때 한국의 가을은 높고 새파란 하늘과 누렇게 익은 끝없는 평야가 맞닿으며 풍요와 긍정, 여유와 결실의 분위기를 만들터이다. 그러나 지난 주 이 곳에서 만난 필리핀의 가을은 독기를 품은 한 맺힌 여인처럼 사정없는 저주를 쏟아 부어 놓고는 슬며시 사라졌다. 배수가 되지 않는 끔찍한 폭우 속에서 도로가 유실되고 가옥이 침수되어 그 옛날 노아가 만난 홍수와 다를 바 없었다. 이 재해는 안티폴로에서 가난한 이들을 위해 나눔의 공동체를 이끌고 가시는 홍성욱 선교사님의 빈민 무료 병원에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어렵게 장만한 X-ray촬영기며 값비싼 의료기들이 다 침수되었다는 비탄에 젖은 전화 목소리는 가슴을 아프게 만든다. (안티폴로 빈민들을 위한 무료 병원 후원 문의 : 0918-211-7034) 필자가 운영하고 있는 화상 영어 교육 센터의 많은 강사들도 침수 지역에 살고 있어서 옷들이 다 젖어 출근조차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혹시 나누어 줄 옷이 있나 하고 옷장을 열어 보니 옷장에 가득한 나의 욕심을 보게 된다. 1년 동안 한 번도 입어 보지 않은 옷들이 제법 많이 눈에 띄는데도 꺼내려는 손이 주저하는 것을 보니 아직도 내 엉덩이에 남아 있는 원숭이의 꼬리가 여지없이 감추어지지 않고 들어난다. 아무래도 이번 추석은 나누는 일부터 먼저 해야 할 것 같다. 남을 주지 못해 유통 기한을 향해 달리고 있는, 냉동고며 냉장고를 가득 채우고 있는 나의 욕심을 덜어 내어 이웃과 함께 나누어 보자. 버릴 줄 알아야 크게 얻을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덜도 더도 아닌 한가위만 같기를 바라는 마음의 이웃들과 나의 가진 것들을 나누어 보자. 그것이 우리의 민속 명절, 한가위 추석의 의미가 아닐까? 그것이 바로 우리의 아이들에게 전수시켜 주어야 할 우리의 책임이 아닐까?

김정훈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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