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이글레시아 니 크리스토교의 최고 지도자 Erano Manalo 주교가 세상을 떠났으며, 7일에 장례식이 있었다. 그 종교가 소유한 두 개의 텔레비전 채널에선 매일 쉬지 않고 중앙사원에 안치된 지도자의 시신 앞에 국가의 각계 지도급인사들과 종교 관계자들이 조문하는 장면을 계속 비추며 애도하고 있었다. 그리고 장례식 며칠 전에도 대통령이 방문해서 유족들을 위로하고 대화하는 장면이 TV에 길게 비쳐졌는데(필자 주-평복을 입은 것으로 보아 개인적인 친분이 있어서 사적인 방문으로 보임), 다시 장례식에도 참석했다. 장례식 당일에는 약 1.5km의 편도 8차로의 도로를 주차장과 신도들이 운집하는 장소로 사용이 허락되어 대형 스크린을 밖에 내걸고 장례식을 중계하기도 했다. 그렇게 대통령이 마음을 다했으니 삼부 요인들과 정치인들 그리고 지자체 단체장들은 말할 것도 없다. 또한 정부는 7일을 임시휴일로 정하여 한 종교에 대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95년 전인 1914년에 창설되어 현재는 전국에 수백만의 신도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 토착종교의 사회적인 영향력은 꽤나 큰 것으로 느껴진다.
필리핀의 종교는 대략 다음과 같다. 로마카톨릭이 단연 우세하고, 개신교, 회교 그리고 Iglesia Ni Cristo, 여호와의 증인, 제 칠일 안식교 등이 활발히 활동한다, 바울이 아덴 사람들을 향하여 “범사에 종교성이 많도다(사도행전 22:7).”라고 말했던 것처럼 필리핀은 무교주의자가 거의 없을 정도로 종교성이 강한 민족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거대한 종교집단들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가운데서도 다행이도 직접적인 종교 간의 충돌은 거의 없다. 즉 다른 나라들에서 가끔 볼 수 있는 종교가 종교를 타격하는 일이 절제되고 있다는 말이다. 심지어는 국가조찬기도회에도 개신교 지도자들 뿐 아니라 타 종교의 지도자들도 참석하거나 순서를 맡는 등 종교 간의 평화공존이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일반적으로 필리핀이 천주교국가로 알려져 있지만 정부는 모든 종교를 아우르는 측면에서 무슬림의 라마단(금식기간)의 마지막 날도 휴일로 정해서 모든 국민이 하루를 쉬게 하여 여러 종교를 고르게 배려함을 간과하지 않는다. 이번에도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어서 보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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