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은 사형선고를 받은 후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진정으로 강하고 관대한 사람만이 용서와 사랑을 보여 줄 수 있다. 항상 인내하고 우리가 우리의 적을 용서할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도록 항상 기도하자. 그래서 사랑하는 승리자가 될 수 있도록 하자.”라고 말했다.
누구나 승리하기를 바란다. 그런데 승리는 남을 패배시켜야 차지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의 관념이다. 때로는 그 생각이 맞는다. 전쟁에서나 운동경기 등에서 말이다. 그러나 다 그런 것은 아니다. 김대중 대통령에게서 보듯 그는 자기에게 위해(危害)를 가했던 사람들이 먼저 세상 떠나는 것을 보았고 또 그런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어엿이 대통령직에도 올랐다. 남을 쓰러뜨리지 않고도 승리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남을 거꾸러뜨리지 않고도 승리해야만 진정한 승리가 된다.
원수는 물에 새기고, 은혜는 돌에 새겨라
다윗의 최대의 적은 그의 장인이었던 사울 왕이었다. 사울은 다윗을 사위로 삼아놓고선 자기 자리가 위태로움을 느끼고 항상 그 목숨을 노렸다. 그러나 그는 번번이 사울을 용서했다. 단칼에 원수를 처치하고, 왕위에 오를 수 있었으나 다윗은 그렇게 쉬운 방법을 택하지 않았다. 그는 왕에 된 후에도 전왕(前王)의 하나 남은 씨인 사울의 손자 므비보셋을 제거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를 왕의 상에서 함께 먹는 자가 되게 했다. 왕통을 주장하여 하시라도 반란을 일으킬 불씨를 스스로 남겨둔 격이다. 다윗은 브비보셋의 조부 사울과의 원수관계는 물에 새겨 잊어버렸고 다만 그의 아버지 요나단에게 입은 은혜만 돌에 새겼다. 이것이 다윗의 위대함이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입은 은혜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조금만 섭섭하면 원수 대하듯 한다. 30년 동안 자기를 친 자식 이상으로 사랑해준 양어머니를 청부살해한 사람도 있으니 말해 무엇하랴. ‘원수는 물에 새기고, 은혜는 돌에 새기라.’는 옛 격언이 머리를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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