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영(30기)
활동분야: 한국어교육
활동기관: 기술교육개발청(TESDA Regional Training Center(Cebu))
저는 엉터리 한국어 선생님입니다. 한국어는 우리 반에서 제일 잘한다지만 한국어 가르치는 기술은 영 엉성한 초보 선생님입니다. 수업준비에 밤을 꼬박 새고 다음날 늦잠을 자서 수업에 지각하는 지각대장 선생님입니다. 학생들의 갑작스런 질문에 당황해서 두 뺨이 빨개지는 어리숙한 선생님입니다. 그런데 이런 엉터리 선생님을 우리 학생들은 베스트 선생님이라고 합니다. 금요일 수업이 끝나면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수업이 없어요. 그래서 YY씨는 행복해요.” 라며 히죽거리는 푼수쟁이 선생님과는 달리 월요일이 너무 기다려진다며, 주말 동안 월요일만 기다렸다는, YY씨랑 한국어 공부할 때가 제일 행복하다고 해맑게 웃어주는 우리 학생들. 나를 사랑해주고 믿어주는 그들의 웃음 속에서 YY씨도 교실에서 학생들을 만날 때가 가장 행복한 시간이 되고 있습니다.
필리핀에 온지도 어느덧 1년이 되어 갑니다. 처음 필리핀에 왔을 땐 몸과 마음이 잘 적응하지 못해 많이 힘들었습니다. 말도 잘 안 통하는 병원에 가서 어디가 아픈지 설명도 못하고 의사에 문진에 우물쭈물 하다가 돌아오기도 하고 온몸에 열꽃이 펴서 밤새도록 온몸을 긁으며 손톱상처를 만들면서 엉엉 울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다른 얼굴과 다른 향기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외톨이가 되어 상처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쓸쓸한 마음을 이끌고 텅 빈 교실에 들어가 칠판 앞에 서서 나를 보며 방긋 웃는 학생들의 모습을 생각할 때면 나도 모르게 힘이 납니다. 텅 빈 교실은 학생들의 웃음으로 채워지고 쓸쓸한 마음은 열정으로 뜨거워 집니다. 아픈 마음도 힘든 몸도 학생들과 함께 있으면 모두 사라져 버리는 것 같습니다.
‘봉사란 무엇입니까?’ 학생들과 수업하면서 그 동안 우물쭈물 했던 봉사에 대해서 확실한 정의를 내렸습니다. 저에게 ‘봉사’란 ‘좋은 선생님’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 학생들이 나를 ‘YY씨는 베스트 선생님’이라고 불러주는 것처럼 나와 함께 하는 학생들에게 좋은 선생님이 되는 것, 이것이 저에겐 ‘봉사’입니다.
학생들과 함께하는 매 순간은 저를 가장 행복하게 만들어 줍니다.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어도 몸과 마음이 상처를 받아도 신경 쓰지 않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을 만들어 줍니다. 우리말을 배우고 싶고 우리 문화를 알고 싶어서 나를 찾아오는 학생들, 나를 사랑하고 배려해주는 학생들. 이들과 함께 앞으로 남은 봉사기간을 더욱 행복하게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정말로 ‘YY씨는 베스트 선생님’이 되고 싶고 이것이 저에겐 좋은 봉사자가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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