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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할끼타 필리피나스] 고립된 낙원 Baler

등록일 2009년07월31일 17시15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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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일자: 2009-07-31
 

임윤재(33기)

활동분야: 컴퓨터

활동기관: 오로라 국립과학고등학교 (Aurora National Science High School)

 

루존, 마닐라에서 북동쪽으로 200여Km, 고립된 낙원 Baler의 지리적 위치다.

두 개의 산맥으로 둘러 쌓여 외국인이 쉽게 접근하기 힘든 고립된 지역이다.

좋지 않은 도로사정으로 인한 유통망의 부재로, 지역 경제에 어려움이 있던 이 지역에 몇 년 전부터 지역 경제가 살아나는 기운이 돌기 시작했다고 한다.

KOICA에서 세워준 미곡종합처리장(RPC) 덕분이라고 지역 주민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말한다. 이 미곡종합처리장은 몇 년 전 쌀 파동에 대한 선진적인 대안 사례로 한국의 기술이 만들어낸 쾌거라고 평가받는다. RPC에서 가공된 쌀은 최우수 품질 쌀로, 지역 주민들에게 KOICA 쌀로 통하기 때문에 이곳 지역 주민들은 KOICA에 대해 상당히 호의적이다.

따라서 다른 지역에서 심심치 않게 일어나는 외국인 치안 피해 사례들이 이곳 Baler에서 만큼은 다른 세상 이야기 같이 들린다.

한 명의 KOV 단원이 한국인과 필리피노가 아름답게 공존하는 이곳, 고립된 낙원 Baler에서 살아가는 소탈한 모습을 기고한다.

나의 파견기관은 오로라주 국립 과학고다. 작년 말, 파견기관이 결정되던 국내훈련기간 때부터 무척이나 기대를 하고 있었다. 큰 기대와 포부를 품고 학생들과 첫 대면을 했을 때, 학생 중 한명이 미소와 함께 "빠레"라고 외치며 다가왔다. 한국어로 ‘친구’ 또는 ‘동급’이라는 뜻이다. 한국인의 정서상 한참 어린 조카뻘에게 듣는 "빠레"는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한 두명이 부르던 "빠레"를 이제는 모든 학생들이 부른다. 지금의 나는 그 "빠레" 라는 호칭이 불쾌하지만은 않다. 아니, 오히려 적절한 호칭이라 생각한다. 나눔과 봉사를 행하는 KOV에게 그만한 호칭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존경을 받고자 이곳에 온 것이 아니고, 호의호식 하고자 이곳에 온 것이 아니다. 그들과 공유하고 헌신하여, 베풀기 위해 온 이곳이다. 나는 그들의 입장에서 나눔을 행하는 "빠레" 라는 호칭이 마음에 든다.

나를 빠레라고 부르는 그 학생들과 제법 친해졌다. 몇몇 남학생들은 한국인의 찢어진 눈매를 상당히 경계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하지만 남학생들과는 역시 땀 흘리며 ‘운동하는 것 만큼 효과적인 친교 표현은 없다’라는 말이 맞는 듯 하다. 팀을 이뤄 축구 한 게임에 웃으며, 다음 축구 약속을 잡는 남학생들이다.

사실 나는 축구를 그리 잘하지 못하고, 흥미로워하지도 않았다. 중요한 것은 함께 어울리는 것 이라 생각해서 시작한 축구였는데, 이제는 제법 그럴듯한 축구를 하게 됐다. 대부분 필리핀 학생들은 농구, 배구에 익숙해 있었기 때문에 나의 어설픈 축구실력에도 쉽게 즐길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파견기관의 선생님들은 상당히 호의적인 분들이다. 특히 교장선생님은 50대의 여성분인데 교장실에 친히 내 자리까지 마련해 주며 나에게 배려해 준다. 내가 언어에 미숙함을 알고는 고등학교 영어수업에 참관시켜 주며, 자신의 의지를 효과적으로 표현 할 수 있을 때까지 수업에 참관하고 그 전까지는 업무에 대한 부담을 주지 않겠다고 하셨다. 실제로, 파견 초기 내 의견을 표현할 수 없던 답답함은 이루 말할 수 없는 부담으로 다가왔었다. 파견 직전에 있었던 Turnover ceremoy에서 어떤 단원에게 직접적으로 얼마까지 지원해 줄 수 있느냐 물어보던 기관장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언젠가 한번은 한국에 계신 어머니의 연세를 물어보며, 나를 어머니와 같이 생각하라고 하셨다. 물론 한국의 어머니를 대신할 수는 없지만 기관장님에게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나에게 고립된 지역으로 파견되어 고생이 많겠다고 걱정해 주시는 분들이 있다. 하지만, 나를 빠레라고 부르는 학생들, 나에게 아들과 같이 대해주시는 기관장님과 함께 있는 이곳의 생활이 내게는 너무나 행복한 시간들이다.

 

김정훈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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