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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사랑해~!’ ] 7편. 유언장(遺言狀)을 써 주어라

등록일 2009년07월31일 17시15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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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일자: 2009-07-31
 

태어날 때에는 순서가 있어도 죽을 때에는 순서가 없습니다. 그래서 내 자녀도 내 후배도 나보다 먼저 죽어서 내가 문상을 가야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삶은 언제 끝날 지 아무도 모릅니다.

어느 날 갑작스럽게 누군가의 삶이 마쳐지게 되면 남게 되는 사람에겐 무척이나 커다란 고통이 됩니다. 그래서 나는 나의 생의 마지막 할 말을 미리 생각해두곤 합니다. 묘비명까지도 생각하곤 하는데 중요한 것은 사랑하는 이와 함께 행복을 누려야 한다는 것이고 또 그것이 다 마쳐진 후에는 그 상황을 준비하기도 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내가 살면서 나로 인하여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용서를 구하는 것이 가장 먼저라고 생각했습니다. 어차피 행동으로 보일 수는 없겠으나 그런 마음으로 용서를 구하는 것입니다. 남아 있게 될 이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대안입니다. 또 실제로 용서를 할지 안 할지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용서를 한다고 해도 또 안한다고 해도 나는 이미 알 수가 없습니다. 단지 내가 그들에게 용서를 구하는 것뿐입니다.

그리곤 나의 남은 것들을 정리를 해서 모두 사랑하는 이에게 남길 것입니다. 얼마 안되는 통장 잔고부터 내 이름으로 출간 된 나의 모든 책들의 저작권까지 말입니다. 더 많은 것을 남겨 주었으면 좋겠으나 나에겐 전부입니다. 성경에 보면 부자의 얼마보다 가난한 자의 전부가 더 많고도 귀한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물론 부자의 얼만간 보다 가난한 자의 전부가 적더라도 말입니다.

예전에 잘 보던 드라마가 있었습니다. 전원일기(田園日記)라고 하는 드라마였는데 아주 좋아하였습니다. 특히나 내가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한 장면이 있습니다. 최불암씨가 김회장 역할을 하였고, 김혜자씨가 그의 아내역할을 했었습니다. 그 아내가 방을 닦느라고 걸레질을 할 때였는데, 물끄러미 그 모습을 바라보던 김회장이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 오래 살아야 되요.’ 이를 듣곤 그의 아내가 굳은 표정으로 김회장을 돌아보며 왜 그러느냐고, 어디 아프냐고 되묻습니다. 계속되는 김회장의 말입니다. ‘당신이 아파서 나보다 먼저 죽게 된다면 당신은 나의 마지막 말을 들을 수 없게 된다.’고 말입니다. 김회장의 아내는 무표정하게 ‘뭔데요?’라고 묻습니다. 이때에 김회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을 만나서 행복했다고 당신을 만나서 힘들게도 하였으나 나는 너무나 행복하였다고 또 그래서 당신이 너무나 고마웠다’고 말입니다. 김회장의 이 말을 들은 그의 아내는 눈물을 짓습니다. 한동안 눈을 마주치는 두사람의 모습이 클로즈업 되었습니다. 머리가 하얗게 새어버린 늙은 두 사람이 행복해하는 장면이었습니다.

보고 있던 나 자신도 이 장면에서는 눈물이 흐르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한동안 그렇게 눈물을 지었던 기억이 선명합니다.

언제일 지 몰라도 그날이 올 것이 두렵기까지 합니다. 그러지 않으려고 더욱 사랑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만일 그날이 온다면 나도 그렇게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랑하는 내 사람이여, 그동안 이렇게 나와 함께 살아주어서 몹시도 고맙습니다. 만일 당신이 나에게 없었다면 나는 이 시간까지 살아 있을 수 없었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내가 가장 힘들 때 가장 낮은 순간에 있을 때 나를 돌보아 주었으며, 나에게 용기를 주었습니다.

또한 나에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을 몸으로 직접 보여 주었고 또 내가 지금의 자리까지 오르게 되었다는 것을 숨길 수 없습니다. 아침에 태양이 떠오르면 저물녁의 석양이 있듯이 그 때는 석양을 생각하기 싫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나는 내 인생의 저물녁의 이 시간 마무리를 하려고 합니다. 당신은 내가 죽더라도 더욱 건강해야 합니다. 또 그렇게 살아가다가 당신이 눈감을 때 편안하길 바랍니다. 그 때는 외롭겠지만 나와 같이 편안하기를 원합니다. 지금 나는 아무런 욕심도, 아무런 바람도 없습니다. 오직 내가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당신의 안녕을 빕니다.

참으로 오랫동안 함께하여 주었습니다. 한국에서든 마닐라에서든 함께 생각하고, 함께 웃고, 함께 울고 말입니다. 내가 글을 처음 쓰게 되었을 때 당신은 오늘을 예견하고 있었는 지도 모릅니다.

사랑을 하려면 이렇게 하라(여보 사랑해~!)라는 책을 썼을 때 그 책은 당신의 것이었습니다. 역시 당신은 나보다 한 수 위였던 것 만은 분명합니다. 만일 우리의 다음 사람들이 읽게 된다면 우리를 흉내낼 수 있겠지요. 그러나 정말이지 우리와 같은 행복을 누리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것은 오직 당신과 나만이 해낸 것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아팠을 때 당신은 밤 새우며 나의 땀을 닦아 주었고, 또 아침이면 무엇인가를 먹이기 위해 죽을 끓이기도 하였습니다. 우리가 살아오면서 나는 당신의 집사이고 심복이고 싶었습니다. 나는 노력을 한다고 하였으나 지금 생각해보면 많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나는 당신으로 인하여 참으로 많이 행복하였습니다.

사랑합니다.

우리에게 다음 생이 있게 된다면 내가 먼저 당신을 찾아내어 이 생에서 아쉬웠던 것들을 모두 다 해주고 싶습니다. 또다시 그런 삶이 허락이 된다면 이 세상을 당신과 함께 보다 더 아름답고 곱게 꾸밀 것입니다.

자아~ 이제 나는 당신을 이곳에 남겨놓은 채로 떠나갑니다. 내가 떠나려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이런 이치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행복하였으므로 그 법칙에 순종하려 합니다. 당신의 배웅을 받으며 아주 머나먼 곳으로 갑니다. 나는 세상이 허락되는 이곳에서 당신과 행복하였습니다. 안녕히~! 또 만나요, 우리.

김정훈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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