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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형 목사의 한손엔 신문] 필리핀에서 미소 짓기

등록일 2009년07월24일 17시10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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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일자: 2009-07-24
 

필자가 필리핀에 처음 왔을 때 테니스장의 볼보이가 눈섶을 치켜 올리며 아침인사를 해오는 것을 보며 문화적응을 하느라 애를 먹었다. 그러나 그 후로는 그것을 배워서 잘 써먹고 있다. 필리핀 사람들은 고개를 숙여 인사하지는 않는다. 다만 미소를 짓거나 손을 들어 그것을 대신한다. 그런데 우리네로선 미소 짓기가 쉽지 않다. 오히려 비위 틀리면 화를 내거나 언성 높이는 것이 체질화되어 있다. 이런 자세로는 타문화에 적응하기 힘들다. 나는 치대교수인 필리핀 친구로부터 미소 좀 지으라는 지적을 여러 번 받았다. 내 얼굴이 굳어 있으니 사진 찍을 때처럼 치아를 내놓고 미소를 지으라는 주문이었다. 오죽 화난 사람처럼 보였으면 그런 지적을 헸겠나 싶어서 혼자 있을 때도 미소 짓기를 훈련하곤 한다.

얼마 전 필자의 비서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가다가 교통경찰의 단속을 받았다. 41세의 남자 비서인 그 친구는 언제나 자신 만만한 사람이다. 그날도 경찰의 정지신호를 받곤 즉시 내려 따지고 있었다. 4-5분이 지났는데도 차 뒤에서 둘이 옥신각신한다. 그래서 그만하라는 뜻으로 경적을 울렸다. 그랬더니 두 사람 모두 운전석 쪽으로 왔고, 경찰이 내려져 있는 창으로 차 안에 있는 나를 들여다보더니 미소를 짓고 있는 필자를 보자마자 “아, Sir!”이라고 하면서 익히 아는 사람처럼 친절하게 거수경례를 부치면서 어서 가라는 것이다. 나는 그 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만 미소만 짓고 있었다.

필리핀에선 화를 내면 대부분 절반의 게임을 지고 시작하는 형국이 된다. 느긋하게 미소를 짓곤 처음 만난 사람이라도 오래된 친구처럼 친절하게 대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물론 그런다고 해서 일이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필리핀의 문화를 볼 때 대충 그렇다는 말이다. 우리는 불가피하게 필리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이민국 출입을 하며, 건물 임대를 하며 그리고 골프장 등에서 자주 필리핀 사람들을 대하게 되는데 우리 식으로 언성을 높여 시시비비를 가리려고 하면 손해를 보게 된다. 공항에 들어서면서부터 우리 한국인들은 범죄 조직원이 아니면서도 오만한 모습으로 보여 입국을 거부당하는 사례가 많다. 이런 오해나 손해가 없으려면 언제나 미소를 짓고, 부드럽게 사람을 상대해야 한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치자다소(癡者多笑) 즉 어리석은 자(실은 미친 사람)가 많이 웃는다는 전통 속에서 살아왔다. 그래서 근엄한 표정을 짓고 있어야 사람대접을 받았다. 그러나 세월도 변했고, 세상도 변했다. 모름지기 필리핀에서만큼은 미소를 짓는 사람이 대접을 받는다.

 

김정훈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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