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닫기
후원하기
뉴스등록
포토뉴스
RSS
자사일정
주요행사
네이버톡톡
맨위로


 

[마할끼타 필리피나스] 조용한 낙원 AURORA

등록일 2009년07월02일 15시51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기사글축소 기사글확대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뉴스일자: 2009-07-02
 

 

 진성철(33기)

활동분야: 컴퓨터

활동기관: 디파큘라오 국립 고등학교 (Dipaculao National High School)

 

동이 트기 시작하는 마닐라를 뒤로 하고 오로라로 향한다. 잠을 제대로 못 잔 탓에 새로운 곳에 대한 긴장감은 깊은 잠 속에 가라앉아 있었다. 몇 시간을 달렸을까. 길은 어느새 산길로 이어지고 머지않아 비포장이 시작됐다.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의 도로상황을 생각한 건 아니었다. 단순한 비포장이 아닌 산허리를 잘라 만든 도로에 우기 때 생긴 것인지 모를 웅덩이들이 도로를 더욱 최악으로 만들고 있었다. 도로 중간중간 포장공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필리핀의 상황을 고려해본다면 3년은 족히 걸릴 것 같다. 그렇게 비포장도로만 2시간을 넘게 달려 드디어 오로라 주에 접어들었고.. 첫번째 휴게소에 들러 점심을 해결했다.

비포장 도로가 끝나자 광활한 초원 위에 널찍한 도로가 펼쳐진다. 산의 험준함을 겪어내지 못하면 절대 맛볼 수 없다는 듯 평야의 가장자리엔 바나나와 코코넛나무들의 환영이 나를 맞이하고 있었다. 그렇게 평지를 1시간 정도 더 달려서 목적지인 Baler에 도착했다.

내 부임지인 Dipaculao 국립고등학교는 Baler에서도 30분정도 떨어진 시골마을에 위치해 있다. 교정을 둘러보고 컴퓨터실을 둘러보는데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을 것 같은 걱정부터 앞선다. 그들이 나에게 어떤 일을 요구하게 될지는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쉽지만은 않겠다는 생각에 머리가 잠시 멍해진다.

이곳에 도착해 처음으로 해변에 들렀다. 지금까진 그저 잠시 스친 정도나 멀리서만 바라보는 것이 고작이었는데 해변가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으며 바로 발치까지 밀려오는 파도를 보고 있자니 여기가 바로 천국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태평양 어딘가에서 밀려오는 강한 파도와 대지와의 조우에서 오는 굉음...

시원하게 불어오는 적당한 바람...

Baler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그리고 서퍼들에게도 이름이 많이 알려진 Sabang Beach. 내년쯤엔 나도 이곳의 파도에 몸을 맡기고 있으리라.

매일 아침 학교에 출근하는 길에 항상 지나치는 RPC(Rice Processing Complex).

RPC는 오로라의 자랑으로 내세울 만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오로라에서 생산되는 벼는 이곳에서 정미되어 KOICA마크를 달고 Aurora Rice라는 이름으로 각지에 판매되고 있다. 처음 만나는 이곳 사람들에게 ‘코이카’라는 첫인사만으로 환대를 받을 수 있을 정도로 RPC는 이곳에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얼마 전 필리핀에서 쌀 값 폭등으로 문제가 있었던 적이 있었다. 필리핀 외곽이나 농촌을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도저히 이해 못할 부분이기도 하다. 1년에 3모작이 가능한 기후와 그 많은 평야에서 쌀이 생산되는데 쌀 부족이라니.. 문제는 관개시설 부족 및 재래식 농업기술에도 있겠지만 도정과정에서 오는 쌀 손실률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형 미곡처리시설을 도입한 RPC는 필리핀의 식량부족을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으로도 제시되고 있다고 한다. 그 만큼 그곳을 지나칠 때마다 뿌듯함과 자부심이 느껴지는 것은 물론 나 역시 이곳에 와 있는 이유를 상기시키며 내 스스로를 다잡아보기도 한다.

내가 근무하는 컴퓨터실 벽에 한국 포스터를 붙여 놓았다. 내 몸짓, 손짓 하나에도 신기해하던 학생들에겐 대단한 관심거리가 되기 충분했다. 아리랑 TV를 즐겨본다는 학생, 필리핀에서 방송된 한국드라마와 그 주인공들을 모조리 외우고 있는 학생, 그리고 한국의 유명한 연예인들을 알고 있는 학생 등 한류는 이곳 자그마한 시골에까지 불어오고 있었다. 이곳 선생님들처럼 나이가 조금 있으신 분들은 ‘대장금’과 ‘내이름은 김삼순’이 인기였고 학생들에겐 ‘주몽’과 ‘쩐의 전쟁’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주일 동안 이어지는 축제를 맞이했다. 바로 Aurora Day. 각 지역과 기관들로 나뉜 몇 개의 팀들이 농구, 탁구, 수영, 다트 등 다양한 종목의 운동경기를 치르고 애견 쇼, Band Competition, Drum and Lyre Competition, Street Dance 등 이 지역의 모든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축제기간 계속됐다.

그 중에서도 백미는 역시 Miss Aurora 선발대회. 이곳에서는 ‘Binibining Auroa Coronation’이라 한다. 시작 예정시간은 오후 7시. 하지만 계속 내리는 비로 인해 10시가 넘어서야 겨우 시작 됐다. 빗속의 지루함은 Miss Aurora를 꼭 보아야 한다는 젊은 혈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Aurora는 크게 1개의 Capital과 7개의 Town으로 나뉘어 있는데 각 타운을 대표하는 8명의 미녀들이 각자의 미와 장기를 뽐내며 깊어가는 밤을 가득 채웠다. 역시 팔은 안으로 굽는다 했던가. 내 임지가 속해있는 Miss Dipaculao를 열심히 응원했다. 그녀는 이번 대회에서 2등을 차지했다.

정신 없는 시간들이 흘렀다. 어떤 큰 기대를 하고 이곳에 온건 아니었다. 그리고 이곳의 실상을 보기 전까진 어떤 계획도 세울 수 없어 답답하기만 했었다.

이곳에서의 3개월 생활...

여전히 앞날은 큰 윤곽 안에만 머물고 있다.

국내 훈련을 받으면서 수없이 많은 시간을 봉사에 관한 생각으로 보냈었다. 과연 그것이 무엇일까.. 내 나름대로 봉사에 관한 기준을 잡고 의의를 두었지만 실제론 의미 없는 껍데기였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제 조금은 느껴지기 시작한다. 나는 이곳에 특별해지기 위해서 온 것이 아니라 특별했던 내가 이들 속에 스며들어 어우러져야 한다는 것을... 그들이 기뻐하는 만큼 기뻐해주고 슬퍼하는 만큼 슬퍼해주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해 나가야 한다는 것을...

김정훈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올려 0 내려 0
유료기사 결제하기 무통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관련뉴스 - 관련뉴스가 없습니다.

가장 많이 본 뉴스

한인뉴스 필리핀뉴스 한국뉴스 세계뉴스 칼럼

포토뉴스 더보기

기부뉴스 더보기

해당섹션에 뉴스가 없습니다

현재접속자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