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례식을 보면서 한 나라에 두 개의 정부가 존재함을 실감했다고 일갈했다. 그 규모와 일사불란함을 보곤 그렇게 말한 것이다. 그 말이 무슨 뜻인지는 대강 알겠다. 그러나 그 말이 국론 분열을 고착화시키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야 한다. 우리 민족은 60년이 넘도록 분단의 아픔을 겪고 있다. 아픔만이 아니고 동족상쟁의 비극이 상존하고 있으며, 그것을 방지하고자 많은 국방비를 쏟아 부어야 하는 나라다. 또한 OECD 가입국이면서도 징병제로 말미암아 남자들의 인신의 자유권을 2년 동안 국가에 헌납해야 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그런 나라 두 개가 존재하는 데가 한반도인데 그 반쪽에서 마저 지역이나 이념으로 분열한다면 이는 국가의 발전을 저해하는 큰 재앙인 것이다.
우리나라엔 여러 가지 이념의 사람들이 공존한다. 한국전쟁을 경험했거나 그것을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었던 필자와 같은 기성세대들과 70-80년대에 민주와 운동을 격렬하게 주도했던 세대 그리고 태어나 보니 자기 나라가 선진국 문턱에 와 있거나 아예 올림픽을 치른 나라의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다. 기성세대들 중에는 좌익이라면 악수조차 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88올림픽 전후 세대들은 그런 것이 있는지도 잘 알지 못한다. 이렇게 서로 다른 경험과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야 하는데 어떤 한 가지만을 부각시켜 국론을 분열시킨다면 통일은 소원에서 끝날 뿐이다. 체제나 국가의 방위도 중요하지만 많은 다른 생각들을 하나로 모으는 일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여기에 덧붙여 말하자면, 부패한 정부라도 무정부 보다는 낫고, 무능한 정부라도 두 개의 정부 보다는 낫다. 세상에는 완전한 것은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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