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꺼풀 벗기기
예전에 “멍석말이”라는 것이 있었다. 부모에게 심히 불효를 했거나 반드시 지켜야 하는 사회집단의 규율을 어긴 사람들을 동네사람들이 붙들어다가 멍석에 둘둘 말아 몽둥이로 내리쳤다. 나는 어릴 적에 그 말을 들으면서 참 좋은 제도였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일을 집행했던 사람들의 비인간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그 사람들에게는 그런 일을 할만한 공적인 권한이 없는 사람들이며, 한 사람을 정신 들게 하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것이고, 그 개인에게는 평생토록 멍석말이를 당한 인간 이하의 인간이라는 낙인을 찍어 주는 일이기에 옳지 않은 일이었음을 알 수 있다.
우리 민족은 어쩐지 남을 용서하는 일에는 매우 인색하고 다만 마지막 한 꺼풀마저 다 벗기려는 심사를 가지고 있다. 그 벗기기가 연예인, 기업인 그리고 정치인들을 죽이고 있다. 그런데 누가 뭐라고 해도 아직 우리 사회는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국가들처럼 투명하지 않다. 따라서 남의 부정이나 비리를 이야기 하는 그 자신들조차도 벗겨보면 투명하지 않다. 그래서 성경은 남의 눈에 들어 있는 티를 빼내라고 하기 전에 자기 눈 속에 들어 있는 들보를 먼저 빼라고 교훈한다.
이혼 숙려기간
작년의 이혼 건 수는 ‘이혼 숙려제’로 말미암아 재작년 대비 7,500 건이나 줄어서 11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단다. ‘이혼 숙려제’란 자녀가 있는 부모는 3개월간의 ‘이혼 숙려기간’을 거친다는 것이다. 그 생각할 시간을 가지니 충동이혼이나 홧김이혼이 그만큼 줄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런 제도가 없던 과거에는 하지 않아도 좋았을 이혼을 한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다. 인간에게 있는 좋지 않은 습성 중에 화풀이라는 것이 있다. 그것은 이혼뿐만이 아니라 남의 생명을 해치는 일도 하게 된다. 그래서 성경은 해가 지기 전에 분을 풀고 지나가라고 권고한다. 이혼 숙려제는 비단 부부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 전반에 걸쳐서 참고 말을 하지 않거나 행동에 옮기지 않으면 남에게는 물론 자신에게도 이로울 일이 많은데 참지 못함으로 불행한 일들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해가 지기 전에 분을 풀어야 함을 가르치는 교회 안에서 조차도 몇 삼년이 지나도 그 분(噴)을 그대로 가지고 있으니 말해 무엇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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