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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할끼타 필리피나스] 쉽지만은 않았던 봉사활동

등록일 2009년05월28일 15시09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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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일자: 2009-05-28
 

김성일(28기)

활동분야: 원예(채소재배)

활동지역: 루존 남부 Sorsogon주

 

단일 작물의 연구기관으로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국제미작연구소(IRRI), 대학교 횡단보도를 건널 때마다 할머니들이 나누어 주던 어학연수 전단지에 가득 찬 필리핀 어학연수홍보, 박정희 대통령이 완공식에 참석할 정도로 대단한 사건이었던 필리핀의 장충체육관 건설 및 감리, 박정희 대통령과 함께 아시아의 독재자라는 명성을 차지했던 마르코스 전 대통령. 이 모든 것들이 내가 필리핀에 오기 전에 필리핀에 관해 가장 많이 들었던 단어들이다.

‘장충체육관’, ‘마르코스 전 대통령’ 등은 한국의 어려웠던 시대를 경험하셨던 어르신들이 가장 많이 이야기하셨고, ‘국제미작연구소’와 ‘어학연수’는 벼와 관련된 실험을 하면서 취업을 위한 영어에 시달리던 농과대학 대학원생으로써 많이 들었던 것들이다.

국제미작연구소는 2006년 학교의 Global challenge라는 프로그램으로 한번 방문한 경험이 있었다. 강원도에서 20년을 살고 대구에서 대학공부를 하던 나로서는 산으로 둘러 쌓인 한정된 논에서 벼를 재배하던 한국과 달리, 끝없이 펼쳐진 논에서 세계의 최고 벼 전문가들이 실험을 하는 것이 다시 필리핀에 방문하고 싶을 정도로 매우 매력적이었다. 한편으로는 한때 한국을 도와줄 정도로 아시아에서 일본 다음으로 잘살았던 필리핀이 지금 왜 이렇게 부패, 경제난으로 고생하고 있는지 궁금하고 한국인이 어떻게 열심히 일하면서 지금과 같은 경제발전을 가져왔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이러한 마음을 가지고 있던 찰나에 KOICA의 봉사활동을 다녀온 대학동기들의 이야기를 듣게 됐고, 반대하시던 부모님을 겨우 설득해 필리핀에 오게 됐다.

하지만 유기농업과 관련한 채소재배라는 분야로 필리핀을 방문한 나는 Los Banos가 아닌 마닐라에서 멀리 떨어진 Sorsogon이라는 활동지역의 농업의 현실을 보고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드넓은 평야에서 1년에 2~3번의 농사를 지으면서 수출을 해도 모자랄 판에 불구하고 수확량은 한국에 겨우 미치는 정도인데다가 세계 대표적인 쌀 수입국이었다. 화학비료는 비싸서 사용할 수 없다고 하면서 그 흔한 자연자원들을 이용해서 퇴비를 만들어서 사용할 생각은 하지 않고, 모든 책임을 자신들의 무능력하고 부패한 정부에만 돌리고 있었다. 더군다나 나와 함께 일을 추진하는 현지인 코워커는 집에서 화단 정도만 가꾸던 주부로 농업에 대한 지식은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항상 농지를 보면 “it`s organic, it`s not organic..."이라고 말해 농업은 유기농과 유기농이 아닌 것. 오직 두 가지만 존재하는 줄 아는 생각을 갖고 있어 매우 힘들었다.  그래서 내가 시작한 일이 퇴비를 농민들이 직접 만들 수 있게 교육하는 것이었다.

한국에서 5년 넘게 농학을 공부했고, 집과 친지들이 짓는 농사일에 일손을 도와왔지만 그 경험들로는 필리핀 현지에서 바로 적용하기란 어려운 점이 많았다. 더군다나 퇴비생산이라는 것은 한국에서 경험이 거의 없던 분야라 이곳에서 처음부터 공부를 시작할 수 밖에 없었다. 한국에서 관련서적들을 받아보고, 인터넷 자료들을 찾고, 농업진흥청이나 관련교수님들에게 자문을 구하는 E-mail을 교환하면서 많은 정보를 구했지만 이곳에서 바로 이용할 수 없었다. 지역의 일부 농민들이 실시하고 있는 것들과 접목해 현지에 맞는 교육자료를 만들고 나서야 실제로 이용할 수 있었다.

젊은 패기에 시작한 봉사활동이지만 이 분야에 충분한 지식을 갖춘 후에 지원을 했더라면 현장에서 추가적인 자료 수집 없이 바로 적용함으로써 시간을 최대한 단축해 좀 더 많은 도움을 주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운 생각들을 남는다.

어느덧 봉사활동의 절반이 훌쩍 넘은 1년 3개월이라는 시간을 지났다. 한국의 빡빡한 생활과는 달리 이곳에서 교육도 실시하고, 다른 지역에 여행도 다니면서 악기연주도 연습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지만 요즘은 봉사활동의 종료 후의 한국에서의 진로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하게 된다. 인터넷 덕택에 많은 정보를 접하기는 쉽지만, 2년 동안 달라진 한국의 경제, 사회적인 면이나 청년실업에 대한 부정적인 뉴스를 많이 접하면서 취업의 대한 생각이 많이 든다. 이 또한 봉사활동을 선택하기 전 신중히 생각해야 할 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지금껏 1년이 넘는 시간동안 현지인들과 함께 땀 흘리며 봉사활동을 한 것은 훗날 내가 살아가는데 있어 좋은 경험일 것이다. 하지만 이 봉사활동 기간을 더욱 알차게 보내기 위해서는 자신이 일하는 분야에 대한 많은 경험 및 지식, 배우려는 자세와 봉사활동 후의 준비에 대한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미련을 남기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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