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작년에 있었던 촛불시위를 보며 어린이들까지 시위에 동원되고, 우리의 아들들인 전경들이 무자비하게 맞아 피 흘리는 장면을 보면서 안타까운 심정으로 그리고 분노하며 글을 썼었다. 그러나 그것은 시류를 거스르는 쓸모 없는 3류 컬럼이었다. 군중에 휩싸이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다만 군중의 소리만 들리는 법이다.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으라는 군중의 소리를 들은 빌라도는 그 말을 따랐다. 1938년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는 ‘신사참배는 국민의례요, 우상숭배가 아니다.’라는 총회장 홍택기 목사와 그 일파의 소리가 받아들여지고, 다수는 침묵했다. 아래는 지난 달 29일자 조선일보의 “날조 ‘PD수첩’이 나라 뒤엎은 지 1년, 책임진 사람이 없다”라는 제목으로 쓴 사설의 내용이다.
“작년 4월 29일 MBC PD수첩의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는 비틀거리는 미국 소의 모습으로 시작했다. 진행자는 ‘목숨을 걸고 광우병 쇠고기를 먹어야 합니까’라는 포스터 앞에서 ‘주저앉는 소’를 ‘광우병 걸린 소’라고 했다. 딸이 광우병에 걸려 숨졌다는 흑인 어머니 인터뷰도 길게 내보냈다. 그 방송을 본 사람이면 ‘광우병 덩어리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공포에 사로잡히지 않을 수 없고, 그런 쇠고기를 들여오겠다는 정부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흘 뒤 촛불집회가 시작돼 ‘아직 15년 밖에 못 살았어요’라는 피켓을 든 소녀부터 유모차를 끌고 나온 주부, 나이 지긋한 시민들까지 모여들었다. 나라는 걷잡을 수 없는 아수라장으로 빠져들었다. 진실은 곧 밝혀졌다. ‘주저앉는 소’는 ‘광우병 소’가 아니었다. 눈물짓는 흑인 어머니 딸의 사인도 광우병과 무관했다. 미국 쇠고기를 먹고 광우병에 걸린 미국인은 지금까지 한 사람도 없었다.”-후략-
나는 당시에 “그럼 우리는 뭐냐?”며 섭섭함을 나타냈던 재미교포들의 심경을 전하기도 했었다. 미국에서 독감으로 목숨을 잃는 사람이 1년에 3만 명이라는 놀라운 통계를 보았다. 사람이 병들거나 죽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지만 그것을 빌미로 사회를 어지럽게 하는 일을 경계하는 것은 국민 개인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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