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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할끼타 필리피나스] 공주병?

등록일 2009년04월18일 14시20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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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일자: 2009-04-18
 

성진남(29기)

활동 분야: 한국어교육

활동 기관: 필리핀 대학교(University of Philippines - Department of Linguistics)

 

수업이 끝나고 한 여학생이 수줍게 내 앞으로 다가왔다.

"선생님, 질문이 있어요." 서툰 한국말을 부끄러운 듯 내뱉는 학생에게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요? 질문이 뭐예요?"

"선생님, '공주병'이 뭐예요?"

'엥? 웬 공주병?'

 

지금 나는 필리핀의 한 대학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한국에서 중·고등학생들에게 '국어와 문학 등'을 가르치던 나에게 필리핀 학생들에게 '가,나,다...'를 가르치는 일은 새로운 도전이면서 흥미진진한 일과의 연속이다. 위에서와 같은 일 또한 '흥미진진(?)한 일중의 하나였다. 나에게 이 질문을 한 학생은 올 봄학기부터 한국의 한 대학에 교환학생으로 간 학생이다.

 

이 질문을 받았을 때, 나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머뭇거렸다. '웬, 공주병?' 대답을 해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이 학생이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가 더 궁금했다.

전말은 이랬다. 그 학생은 필리핀에 영어 공부를 하러 온 한국 학생과 친구가 됐는데, 그 학생이 자기를 자꾸 '공주병'이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무슨 뜻인지 물어도 가르쳐 주지 않고 자꾸 그렇게 부른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질문은 나한테까지 왔던 것이다.

이 학생이 나를 당황스럽게 한 일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한국에 대해 학생들 스스로 공부하고 조사해서 반 친구들 앞에서 발표하는 수업이 있었다. 발표 1주일 전, 나는 어떤 주제로 발표할 것인가에 대해 학생들과 이야기를 했다. '공주병'이라 불렸던 그 학생의 차례가 되었다. 'Korean slang words!' 그 학생의 발표 주제였다. 순간 불길한 예감이 확 일었다. 발표 내용을 미리 볼 수 있으면 한다고 그 학생한테 부탁했다. 어는 노래 가사에도 있듯이 불길한 예감은 왜 항상 맞아 떨어지는 것인지... 그 학생이 보여준 발표 목록에 있는 말들의 대부분은 우리가 쉬이 예상할 수 있는 '숫자 18, Baby'에서부터 조폭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대사들로 이뤄져 있었다. 물론 출처는 '공주병'과 같은 곳이었다.

발표 당일, 이 학생은 대폭적인 수정을 거친 내용으로 멋지게 발표를 마쳤다. '몸짱, 얼짱, 별다방(Starbuks), 샤방샤방' 등 현재 한국 젊은 사람들이 많이 쓰는 말들로.

 

내가 필리핀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기 시작하면서 한 가지 생각한 것이 있다. 지금 필리핀 젊은 층이 보여 주는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과 인기는 대부분 연예인과 대중문화에 한정된 것이다. 지금의 이 관심이 한국에 대한 일시적인 호기심에서 끝나지 않고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민족은 5000년 유구한 역사를 통해 한글을 비롯한 아름답고 우수한 문화 유산을 창조해 냈으며, 지금의 대중 문화 또한 한국 사람들이 가진 문화적 역량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다.

 

그래서 한국 사람에 대한 첫 기억이 누군가에게서 시작된 장난스런 '욕설'이 아니라 우리 문화를 아끼고 이를 자랑스레 전파하는 멋진 사람들로 기억되기를 바란다. 나를 포함한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한국이 얼마나 멋진 나라인지, 그리고 한국 사람이 얼마나 멋진 사람들인지, 얼마나 따듯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인지 필리핀 사람들에게 심어 줄 수 있기를 바란다. 누군가가 필리피노에게 "한국 사람들이 어때요?"라고 물었을 때, 한껏 웃음 띤 얼굴에서 "Mabait siya(He/she’s kind)!"라는 대답을 들을 수 있도록.

김정훈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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