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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유학생들의 S-다이어리] 트래픽과 택시운전기사

등록일 2009년02월06일 12시28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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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일자: 2009-02-06
 

 

이름: 김기윤

학교: Enderun

학과: 호텔경영 (2학년)

 

내가 필리핀에 온 것은 2004년 9월14일이다. 그러니까 이제 4년하고도 4개월쯤 됐는데 이 정도 살았으면 익숙해졌을 법도 한데도 가끔씩 이해할 수 없는 필리핀 사람들의 풍습이나 행동 때문에 놀라거나 화가 난다거나 아니면 여전히 적응 안되는 더운 날씨 등은 필리핀에 동화되려면 한참 먼 것 같다.

 

그래도 택시를 탄다거나 할 때 타갈로그로 말해주면(거창하게 말한다고 했는데 사실 내가 할 줄 아는 말은 Sa+장소+Po가 다다. 거기다가 데레쵸 뽀, 까난 뽀, 깔리와 뽀. 그리고서 택시기사가 어! 너 타갈로그 할줄 아네! 그러면 꼰띠 랑~. 그 후엔 입다물고 있는다. 뭔 말을 해도 알아듣는 척 적당히 맞장구 쳐주고. 어쩌다가는 내가 사실 타갈로그 못한다는걸 알아챈 택시기사가 해주는 타갈로그 특강을 듣기도 한다.) 택시기사들이 더 친절해진다거나 미터도 안 틀고 200페소, 300페소를 내라고 넙죽 요구하는 불상사를 면할 수 있다는 생활의 지혜는 생겼다. 물론 차가 막히는 시간엔 이것도 안 먹히지만… ‘뜨라삑!’ 하면서 혀를 끌끌 차는 대답이 돌아온다. 아무래도 내가 제일 많이 접하는 필리피노들이 집에 있는 아떼랑 학교에 있는 필리피노 친구들 외에는 학교 왔다갔다하면서 만나게 되는 택시기사들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그 사람들을 관찰할 기회가 많았는데 워낙 어렵게들 산다고 들었다. 하루 종일 택시 운전해서 이것저것 떼고 난 담에 집에 가져가는 돈은 겨우 하루 끼니 때울 만큼의 적은 양. 대다수의 필리피노들이 이렇게 산다고 한다. 그저 하루 벌어서 하루 먹고 산다는 것. 우리집 아떼도 한달 월급이 3000페소인데 그것마저도 자기가 쓸 돈 따로 떼놓고 나머지는 고향에 있는 자기 집에 송금해 그걸로 가족들이 먹고 산다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깐 아주 악질적인 택시기사를 만나도 얼마나 돈이 궁했으면 저럴까 이렇게 이해하고 도와주는 셈치고 돈을 더 주게 될 수도 있을텐데 아직까진 성질이 더 나고 오히려 오기로 한푼이라도 더 정확히 받아낼라고 바득바득 거리는 내 자신을 보면서 이젠 좀 너그러워져도 될 것 같단 생각도 든다.

 

아주 악질적인 택시기사는 극히 일부분이고 내가 만났던 대다수의 택시기사들은 늘 친절했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긍정적인 사람들이었다. 처음엔 이 사람들은 하루만 즐거우면 땡이니 참 속편하다, 생각도 없다 하면서 이해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늘 웃음을 잃지 않고 하루하루 즐거워하면서 살아가는 긍정의 힘을 보여주는 이 사람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나도 이런 자세는 본 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이 든다.

 

어쨌든 필리핀에서 지내면서 인내심 하나는 엄청나게 느는 것 같다. 고마운 일이지만 부작용은 시간 약속 지키는 게 조금씩 늦어지고 있다는 거다. 강의실에 늦게 들어가면서 교수가 왜 늦었냐? 물어보면, “쏘리, 트래픽.” 하는 내 자신을 보면 영락없는 필리피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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