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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버스의 맛있는 이야기] 맛있는 순대국

등록일 2009년01월29일 12시23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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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일자: 2009-01-29
 

점심 식사 준비를 바쁘게 하고 있는데 순대국집의 문이 스르르 열리며 여덟살 정도 돼 보이는 여자아이와 맹인인 남자가 남루한 옷차림으로 들어 온다.

“아니, 뭐야? 아직 개시도 못 했는데… 나중에 오라구..”

그들을 걸인으로 판단한 주인장은 벌써부터 큰 소리이다.

그 말에 기가 죽은 여자아이가 꼬깃꼬깃하게 구겨진 천원짜리 몇 장과 동전들을 꺼내 보이며 “아저씨, 저희 순대국 두 그릇 시켜 먹으려고 하는데요.”

손님 같지 않은 손님을 무끄럼히 바라보고 있는 주인은 “야, 이거 어떡하니. 오늘 전부 예약받아 곧 예약 손님들이 몰려 들텐데..”라고 말하며 말꼬리를 얼버무린다.

그러자 여자 아이가 사정하듯이 말을 건넨다.

“저희 빨리 먹고 갈게요. 우리 아빠가 순대국을 제일 좋아하시거든요. 오늘 우리 아빠 생신이예요.”

하는 수 없이 식당 주인은 테이블 끝 화장실에 가까운 테이블을 가리키며 “대신 빨리 먹고 가야한다.”

“네, 감사합니다”

준비된 순대국이 뜨끈뜨끈하게 서빙되자, 여자 아이가 말한다.

“아빠, 내가 소금 넣어 줄게”하면서 자신의 뚝배기에 담겨 있는 순대와 고기들을 아빠의 뚝배기로 옮겨 넣는다.

“아빠, 내가 김치도 올려 줄게.”

자신의 입으론 숟가락도 올리지 않은 채 “와, 진짜 맛있다” 하며 입맛을 다신다.

그것을 바라 보는 식당 주인의 두 눈에서 갑자기 주르륵 눈물이 흘러 내린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는 소녀에게 주인은 천 원짜리 한 장만을 받으며 “근데 네가 아빠랑 너무 일찍 오는 바람에 재료가 너무 많이 빠져서 아저씨가 양심상 돈을 다 받을 수가 없구나. 이 정도면 충분하단다.”

그 말을 들은 아빠의 말없이 감겨진 두 눈에서도 눈물이 슬프게 베어 나온다.

 

이 글은 작가 이철환님의 “연탄길”에 소개되어 있는 글을 필자의 기억으로 더듬어 각색한 글이다.

이렇게 한국적인 서민 음식들의 언저리에는 감동적인 이야기들이 실화 또는 작가의 상상의 날개속에서 묻어져 나온다.

음식이라는 것이 바로 정성에서 그 존재의 의미가 있으며 그런 배려는 감동을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그린빌에서 만나요”라는 애니메이션을 보면 “상대에게 공을 들일 수록 최고의 맛이 난다”라는 대사가 있다.

정성이 없으면 당연 감동의 맛은 보장받기 힘들기 때문이다.

 

순대국은 원래 돼지 창자에 두부, 숙주나물, 선지, 당면, 표고버섯 등을 넣어 수라상에 오르던 궁중 음식이었는데 속 내용이 당면으로 바뀌면서 세속화된 길거리표 순대가 됐다.

물론 길거리표라고 해서 허접하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서민들에게 다정하게 다가와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는 음식이 됐다.

어렸을 적 MBC 드라마 “수사반장”의 엔딩 장면은 사건을 마무리 짓고 (순대국이었는 지는 확실히 모르겠지만)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뚝배기에 담긴 국밥을 먹으며 사건을 통한 어떤 교훈적인 얘기를 나누다가 다시 새로운 사건의 출동 소식을 듣고 먹다 말고 사건 현장으로 달려 가는 형사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물론 나에게는 그 국밥이 인상적이었지만..

커서 저 국밥 한 번 먹어봐야지..하며. 비록 흑백 화면에 잡혀 전혀 비쥬얼하지 않은 음식이었지만 그 맛을 기대했었다.

필자보다 7년은 먼저 필리핀에 입성한 내 형은 한국에 오면 어김없이 한, 두 끼는 순대국집을 찾아 나섰다.

(이상하게도 식당이라는 칭호보다 무슨 무슨 집이라고 표현할 때 맛에 대한 이미지가 더 풍요로워지는 것 같다. 가령 냉면집, 갈비집, 보신탕집..)

그런 덕에 무봉리 순대국, 병천 할매 순대국, 왕십리의 왕순대국 등등 내로라하는 순대국들을 먹어 볼 수 있었다.

 

그런데 필자는 형과는 달리 징그럽게 생기거나 걸죽한 음식보다는 좀 담백한 스타일을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필자의 형은 인간미가 좀 더 걸죽하게 묻어난다.

우리의 순대국밥은 많은 종류로 다양하게 있지만 몇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맛 집 선정에 있어서 이상적인 조건들인데 대부분의 순대국밥집들이 그러한 조건들을 대개의 경우 가지고 있다.

그것은 첫째 맛있어야 하고, 푸짐해야 하며, 친절해야 하고, 비싸지 않은 가격에 특색 있는 요리여야 한다는 것이다.

 

유명한 순대국집들은 순대를 만들 때 돼지의 한 특색 있는 부위를 사용하는데 그것은 아주 조금밖에 안 나와 서로 차지하기 위해 감투 다투듯이 한다거나 혹은 돼지를 잡을 때 잘못 잡으면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 없다는 데에서 유래한 “오소리 감투”라는 “돼지 고기의 위장”이다.

암퇘지의 내장만을 고집하는 ”암뽕 순대”도 색다른 순대국의 맛을 맛보게 만든다.

고기에는 빨간 고기와 하얀 고기가 있다. 하얀 고기란 내장 고기를 말하는 것이다. 이 내장 고기가 두부, 숙주나물, 파, 선지. 당면, 표고 버섯, 돼지 창자와 만나 단백질, 탄수화물에 온갖 무기질과 비타민이 함유된 완전 식품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보양식이며 건강식인 순대국밥을 가까운 이웃들과 나누며 새해를 씩씩하고 강건하게 맞으며, 째째하게 굴지 말고 가슴을 쫙쫙 펴, 내일의 힘차게 떠오르는 태양을 맞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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