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리
2008년도에 우리가 잃은 별 중에는 ‘소설가 박 경리’를 꼽지 않을 수 없다.
글을 쓰는 일에 평생을 바친 것도 대단한 일이지만, ‘토지’ 한 편의 소설을 쓰기 위해 바친 열정과 인고의 길고 긴 세월은 범인의 인내와 재주로는 결코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일이니 참으로 존경과 찬사를 보내기에 부족함이 없는 별 중의 별이라 하겠다.
오랜 해외 생활과 게으름으로 그의 대표작을 제대로 읽지 못한 나는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접하며 부끄러움이 앞섰다.
내가 그의 글을 읽은 것은 겨우 수필 몇 편과 오래 전에 읽은 ‘김 약국집 딸들’ 정도이니 말이다.
박경리의 시집 한권을 출장 가방에 넣어서 가져왔기에 일을 마친 저녁, 호젓한 호텔방에서 그녀의 시를 읽으며 시인으로의 박 경리를 만난다.
사람의 사는 것이 바느질을 하듯 한 땀 한 땀 기워 나가는 것같이 박 경리는 그렇게 살았는지도 모른다.
홀로 시골에 내려가 둥지를 틀고 낮엔 척박한 땅을 일궈 병들지 않은 건강한 곡식과 채소를 길러내어 찾아오는 지인들에게 아낌없이 먹이고, 밤엔 불을 밝히고 힘들고 지친 육신을 달래가며 글을 쓰던 그의 고달팠던 삶을 떠올리며 시를 읽는다.
벼개에 머리 얹고 곰곰히 생각하니
그것 다 바느질이 아니었던가
개미 쳇바퀴 돌 듯
한 땀 한 땀 기워 나간 흔적들이
글줄로 남은 게 아니었을까
우리가 사는 것은 외로움의 연속이다. 비록 주위에 가족이나 친지들이 있을지라도 인간의 삶은 외로움의 연속이다.
가진 것이 많다 하기는 어려우나 빚진 것도 빚 받은 것도 없어 홀가분하고 외로움에도 이력이 나서 견딜만하다.
‘천성’이란 시에서 그의 삶이 외로움의 연속임을 고백한다.
어차피 우리의 삶이 외로움이 아닌가?
누구나 나이 들어 젊음을 그리워하며 가슴에 회한도 품으며 산다.
그녀의 삶도 평범한 사람들과 별 차이 없는 외로운 삶이었다.
청춘은 너무나 짧고 아름다웠다
젊은 날에는 왜 그것이 보이지 않았을까
‘산다는 것’의 한 소절 이다.
아! 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옛날의 그 집’이란 시에서 이렇게 고백하고 선생은 조용히 잠들었다.
세계에 자랑해도 손색이 없을 우리 한국이 낳은 위대한 작가 한 분이 아쉽게도 그렇게 별이 되어 우리 곁을 조용히 떠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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