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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버스의 맛있는 이야기] 새해를 여는 첫 음식? 떡만두국

등록일 2009년01월22일 12시14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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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일자: 2009-01-22
 

 

마치 저승사자에게 끌려 가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그냥 놔둘 수는 없다는 듯, 양 손으로 힘있게 끌어 당겨 길게 뽑아져 나오게 하는 가래떡은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음식이고, 그것을 ‘엽전’모양처럼 썰어 만들어 내는 떡국은 재화의 富가 축적되기를 상징하는 결연한 이미지이라고 하니 새해를 맞이하여 첫 대면하는 이 음식만큼 치열하게 소망이 가득 담긴 음식도 없을 것 같다.

 

원론적인 얘기들은 가능한 한 짧을수록 좋다.

필자는 ‘떡국’을 떠올리면 무엇보다도 6,70년대 한국 가요계에서 풍요롭게 살고 간 돼지 아빠(가수 현 미씨의 표현), ‘이봉조’ 선생이 떠오른다.

그는 당대에 내로라하는 길옥윤 선생과 쌍벽을 이루는 앨토 색소폰의 연주가로서 또 베스트 셀러를 많이 만들어 낸 작곡가로서 또 쇼 단장으로서 시대를 풍미했던 그러면서도 시대를 반항했던 예술가였다.

 

연말의 쇼프로그램에서 악단을 이끌고 연주하던 그가 거의 쇼의 엔딩 부분에서 그의 曲 ‘떡국’을 생소리로 불러 댔던 것이 기억에 새롭다.

그의 목소리는 그 흔한 R&B의 감미로운 목소리도 아니고 마치 방금 대포집에서 한 잔 걸치고 나온 듯 막걸리처럼 텁텁하고, 전혀 기교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투박함이 한 세월을 더 먹는 무거움으로 무게 있게 담겨져 있었다.

‘어렸을 때 때때옷에 떡국 맛이 그렇게도 맛이 있고 좋았지만 나이 들어 떡국 맛은 그렇지 않네. 한 살 먹는 서러움의 생각에서인가 씹을수록 먹을수록 눈물만 나는데 뒤적이는 떡국물에 가슴만 아파라. 아아아 아아아 아아아 아아아 떡국 떡국 또 한 그릇 먹어야 하나. 맛이 좋은 떡국처럼 살고 싶은데 그렇게도 마음대로 안 되는 세상. 쫄깃 쫄깃 그 맛에 나도 모르게 철없이 해 가는 줄 몰랐네. 씹을수록 먹을수록 입 맛은 돋는데 뒤적이는 떡국물에 세월만 가네. 아아아 아아아 아아아 아아아 떡국 떡국 또 한 그릇 먹어야 하나’

 

거의 음치처럼 불러댔던 후렴의 그의 목소리는 유한자의 체념의 절규같지만 한영애의 ‘코뿔소’처럼 서서히 크레센도 되면서 결코 굴하지 않는 강하게 살아 있는 휴머니티가 담겨져 있다.

살아 간다는 것이 어떻게 떡국에 담겨져 있는 따뜻한 떡가래처럼 말랑말랑 할 수만 있겠는가.

50대 중반의 짧고 아쉬운 나이로 우리를 떠난 그는 그런 연유로 떡국 먹는 것을 싫어했을까?

그 어느 누구의 삶도 치열하지 않은 삶은 없다.

그 어느 누구나 자신의 삶을 스스로 존중하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음력 정월 초하룻날, 국민 모두의 음식은 ‘떡국’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왕도 떡국을 먹었고, 노비들도 그 날 만큼은 떡국을 먹게 해주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온 국민이 똑같은 떡국을 먹었을 터인데..실상은 고명에서 차이가 났다.

가진 자의 떡국의 고명은 오방색의 든든한 화려함이 치장되었다.

 

황백지단의 하얀색과 개나리처럼 노란색, 양념된 소고기의 흑갈색과 초록빛 파, 거기에 얹어지는 빨간 실고추.

이 고명은 아무도 손대지 않은 처녀지의 순결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또 다른 고명은 쪽파와 소고기 산적(움파산적)을 올려 놓거나 소고기 완자가 등장하기도 하고 파래김 가루도 사용된다.

이북 지방에서는 떡국 대신 만두국을 많이 먹는데 필자도 외가가 이북인지라 어려서 만두와 떡국을 함께 끓여 먹었다.

황해도 해주가 고향이셨던 외할머니의 만두국은 정말로 아직도 그 보다 더 맛있는 만두국은 먹어 본 기억이 없다.

 

후후 불어 만두 하나를 숟가락에 떠 담아 입 안에서 반을 물면 만두피가 툭 터지며 흘러 나오는 만두소의 즙은 입 안으로 퍼져 나간다.

그런 연유로 이미 터져있는 만두는 터진 김밥만큼 대접을 못 받았다.

그런데 만두국에서의 터진 만두는 또 다른 맛의 기능을 해준다. 보통 대 여 섯개의 만두가 떡만두국속에 담겨져 나오는데 그 중 하나 정도는 터져 주어 국물을 온전케 만들어 주기도 한다.

오늘, 필자의 레시피는 만두 만드는 것에 있지 않고 만두국을 어떻게 잘 먹느냐는 데에 있다.

혹 터진 만두가 없으면 슬그머니 한 개의 만두를 숟가락으로 반을 갈러 국물속에서 해체시킨다. 사골 국물로 삶았든, 멸치 국물로 육수를 내었든 간에, 한 개의 만두가 자신의 皮를 터뜨려 희생을 하며 국물을 텁텁하게 그러면서도 진하게 만들어 준다.

그렇다고 이 국물이 계몽주의의 맛과는 사뭇 다르다. 오히려 모든 재료의 맛을 보담으려는 휴머니즘의 맛에 가깝다.

 

대개의 우리 전통 음식들은 이 맛을 닮았다. 이기적이고 개인적인 주재료의 독보적인 맛보다는 이런 어울림의 미학이 담겨져 있다.

새해를 맞이하며 이남에서 즐기는 떡국과 이북에서 즐기는 만두국이 서로 조화하여 만들어 낸 삼팔선의 음식, 그러나 곧 삼팔선을 허물 음식, 떡만두국을 함께 먹으며 새해에는 통일된 조국을 꿈꿔 보면 어떨까?

김정훈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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