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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배고픈 유학생들의 대모, 임인숙 여사”

올해의 한인대상 영광의 첫 수상자

등록일 2008년12월15일 17시10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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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일자: 2008-12-15
 

지난 12월11일(목) 한인총연합회는 2008년도를 마무리하는 정기총회에서 ‘올해의 한인대상’을 처음으로 선정, 그 영광의 수상자를 발표했다.

 

밖으로 드러내진 않지만, 그 선행이 어찌 빛나지 않을까. 교민사회에서 소리소문 없이 베품의 미(美)를 전해 온 한인들을 발굴해 내, 그 선행을 알리고 치하하는 ‘한인대상’이 2008년도 주인을 만났다.

 

그 주인공은 76세의 노모, 임인숙 여사.

“앞에 나서는 것은 노인네에게는 유쾌하지 않은 일이야. 보여지는 것은 젊은이들이 나서야 예쁜 거야” 한인대상 수상자 소식을 미리 접하고 불쑥 찾아 든 기자에게 임 여사는 인터뷰가 내키지 않는 듯 했다.

 

하지만, 이내 손주 녀석을 대하듯 자신의 인생 이야기에 젖어 30여년 전 시절을 회상하는 임인숙 여사. 그 시절 배고픈 유학생들의 대모가 되어줬던 임인숙 여사의 이야기가 역사의 한 시간처럼 들려 숨 죽이게 됐다.

 

– 편집자주

 

임인숙 여사는 1973년도에 필리핀으로 이민을 왔다.

임 여사는1974년도 파인트리(Pine Tree∙소나무∙구 코리안빌리지) 한식당을 마닐라에서 운영하면서 정착했고, 1979년 '코리안빌리지'란 이름으로 식당명을 변경하면서 지금까지 34년간 꾸준히 마닐라에서 식당을 운영해 오고 있다.

 

3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 그 시절은 지금처럼 한국에서 돈을 받아가며 쓰는 유학생보다는 교환학생이나 장학생으로 공부하는 배고픈(?) 한인유학생들이 많았다고 한다.

한국 음식이 그립고 필요하고, 아쉬운 학생들이 수두룩했다고.

자식 같은 유학생들이 안쓰러웠던 것은 임 여사도 어머니였기 때문일 것이다. 돈 있는 ooo집 사장님들보다 뻥 뚫린 주머니 사정을 호소하는 유학생들의 방문이 오히려 기다려지고 반가웠으니 말이다.

 

이런 유학생들을 위해 임 여사는 공짜는 아니지만 공짜에 가까운 밥을 대접했다. “공짜로 먹으라 하면 2번 오기 힘들어질 것 같아서 밥을 저렴하게 계산해 주고, 그들이 먹고 싶어하는 음식들은 배불리 먹을 수 있도록 해줬어요. 식당 규모가 그 당시에는 작아 유학생들이 먹고 싶은 게 있다면 주방에서 바로 요리해서 주기도 했죠”

 

 '저녁 초대'란 명목으로 빈번한 식사 자리를 마련해 배고픈 학생들의 배를 채워줬던 그때의 일은 전혀 의도적이지 않게 사람들을 통해 전해졌다. 당시만 해도 한식당을 하는 곳도 적었을 뿐더러 대한항공이 필리핀 취항을 시작하면서 승무원들이 식당을 자주 이용해 자연스레 알려지기 시작했다고.

 

그때의 배고픈 유학생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한국에서 경희대, 경북대, 가톨릭대 교수를 하고 있어요. 얼마 전에  한국의 미국 대사관에서 일하고 있는 한 녀석한테 여권 때문에 전화했더니, 그것은 말단 직원이 하는 일이라면서 핀잔을 주더라고요”라면서 눈을 깜빡이신다. 배고픈 유학생들의 어머니였던 임 여사는 여전히 그들에게 대모로서 서로의 안부를 묻고, 이제는 자식에게 일을 맡기듯 자신의 일을 부탁하는 관계로 발전했다.

 

임 여사는 “그 시절의 유학생 중에 필리핀에 남아 있는 유학생이 있는데, 박현모씨라고”라며 당시 만학도 유학생들이 많았던 때 자신보다 조금 어린 유학생이었고, 얼마나 열정적인 사람인지 소개하며 미소 지었다. 현재 한비문화재단 박현모 회장이 임 여사의 배고픈 유학생 중 한 분이였다니 내심 놀라웠다.

 

임 여사는 지금은 한인식당도 많아지고, 자신을 찾을 만한 배고픈 유학생들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한다. 현재는 필리핀에서 선교 활동을 하느라 애쓰고 있는 선교사들에게 도네이션을 하고, 그들의 활동을 조금씩이나마 보조해주고 있는 정도라고.

 

한인사회에 오래 뿌리내리고 있었지만 이렇다 할 대외적인 활동을 해본 적 없는 임 여사는 “이기심을 부리면 안 돼요. 내가 베풀어 사회가 편해지면 내가 편해지는 것이에요. 지금 얼마 남지 않은 생, 붙들고 있기 보다 베풀며 여생을 살고 싶어요" 사실 베풀며 여생을 살고 싶단 마음을 다잡아 준 것은 바로, “코리안빌리지에서 일하는 종업원들은 이 가게의 수명과도 같이 했어요. 20년~30년 근무한 종업원들이고, 그들의 손주까지 내가 봤답니다. 이들을 생각하면서 그리고 나의 예쁜 손주들을 보면서 100세까지는 살아야 하지 않나 싶어요”

 

나이가 들어 할머니라는 이유로 스스로 생을 마감지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의 딸려 있는 식구들을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다는 임 여사는 “아직은 배고픈 유학생들에게 엄마 역할을 할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장민수 기자 smile912@manilaseoul.com]

(끝)

김정훈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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