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사전에 뜻만 놓고 치면 “코피노”는 한국인과 필리핀인의 혼혈을 뜻하는 말이다. 하지만, 한국인 아버지와 필리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지만 한국인 아버지로부터 버려진 아이를 지칭하는 단어이다.
필리핀에서는 한국인을 “코리아노” 라고 한다. 처음에는 놀리는 소리로 들렸다. 그런데 현지인들도 자기들을 향하여 “Filipino” 라고 한다. “노”라는 단어가 부정적인 소리로 어느새 우리에게 안 좋은 이미지로 다가왔나 보다. 베트남에서는 월남파병용사 사이에서 태어난 “라이따이한”이 있다. 이 단어속에는 우리의 귀에 거슬리는 단어가 없어서 인지 그리 듣기 싫지는 않다.
필리핀에는 1천여 가정의 “한필가족” 혹은 “코필가족”이 있다. 한국에는 2만여명의 필리핀 다문화가정이 있다. 그들의 자녀들을 “코피노” 라고 불리기를 싫어한다. 왜냐하면 코피노라는 단어가 우리에게 부정적으로 이미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러면 우리는 코필가정의 자녀들을 다문화자녀로 불려야 할 것이다.
그러면 이미 대명사가 되어버린 “코피노”라는 단어는 어찌 해야 하는가? 왜 “코피노”라는 단어가 만들어졌는지 더듬어 본 다면 다음과 같다.
“코피노”라는 용어가 생소하지 않은 단어로 자리 잡게 된 것은 지난 IMF시절로 거슬러 올라가서 발단이 되었다고 본다. 한국에서 어렵게 시작한 사업이 IMF라는 벽에 부딪쳐 어쩔 수 없이 사업체를 뒤로하고 가족들과 헤어져 무작정 마닐라에 피난(?) 온 경제 사범들이 당시에 1만 여명이 피신해 있었다. 15여년이 지난 지금, 아직도 3천여 명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남아있다고 본다. 그들은 종자돈으로 뭔가를 해서 다시 일어서려고, 빗을 값아 보겠다고 의기투합했지만, 그리 녹녹하지만은 않은 필리핀 사업이었다. 더러는 외로워 만난 현지 여인 사이에서 아이가 생겨 가정을 꾸리고, 나름대로 외롭지 않게 살아가다가 원하지 않게 한국으로 이송되거나 자수, 관계 청산 등으로 임시가족(?)들과 헤어지면서 그들의 자녀들이 "코피노"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게 되었다.
이후 필리핀은 IMF 이전 교민수 3만에서 IMF이후 6만으로 6만에서 10만으로, 현재 12만명, 어느새 필리핀은 대한민국의 사업장으로, 관광지로, 골프장소로, 어학연수장으로 바뀌었다, 남자들은 쉽게 필리핀여인들을 만나게 되었고 그들 사이에 아이들이 출생하게 된다. 여인들의 어려운 경제사정과 낙태를 허용하지 않는 카톨릭 문화로 인하여 여인들은 피임을 하지않고, 임신을 알고도 낙태를 하지 않는다. 현재 GRO출신의 코피노(50%)와 캐디출신의 코피노(10%), 젊은 피 영어튜터출신의 코피노(20%) 기타(20%)등의 코피노가 분포되어 존재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그렇다면 정확한 코피노의 숫자가 어느 정도 인가?
일부 언론에서는 2만 여명, 3만 여명, 얼마 후면 5만명으로 늘어날 추세다.
본인은 한인총연합회 사무국장시절 두 번(2년마다)에 걸쳐 교민숫자를 통계 내어 대사관에 자료를 넘겨준 적이 있다.
현재 코피노 관련 사역을 하는 단체 10여 곳에서 관리하는 “코피노” 숫자 모두를 합해도 200명이 넘지 않는다. 드러나기 싫어하는 엄마들, 숨어있는 엄마들, 도움받기를 거절하는 엄마들, 관망하는 엄마들.....
요즈음 위안부문제로 국제사회가 뜨겁다.
우리한번 생각해 봅시다, 힘없던 시절 “군사 위안부”가 되었던 우리 언니, 누나들...... 이제 좀 살게 되었다고 가난에 허덕이는 필리핀여인들을 대상으로 “경제 위안부”를 삼았다고 역사가 필리핀에 살았던 우리를 비판하지 않겠는가?
3만명을 3천명으로 줄입시다. 3천명도 많습니다. 혹시 그들을 만날 수 있다면, 그들을 보듬고 상처를 줄여줍시다, 본인이 원하면 한국 국민으로 떳떳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줍시다. “코피노 숫자는 3천명입니다.”
일본인 남자와 필리핀 여인사이에서 태어난 “자피노”라도 한다. 일본 남자들은 아이를 버리지 않는다, 철저하게 관리하고 보호하고 있다 혹시 버려진 아이가 있다면 대사관이 나서서 이 아이들을 돕는다고 한다, 우리도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다.
가장 짧은 재직 기간중에 가장 많은 일을 하고 돌아간 최중경대사 시절 그분이 한말이 생각난다. 이 아이들 중에 제2의 오바마가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습니다. 그들에게 꿈을 심어줍시다. (sunkyosa@hanmail.net)
정형구선교사(마닐라선교정보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