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 뻗어있는 교민사회에서는 대부분 크고작은 골프대회가 있지만 세부한인회의 골프대회는 색다른 소통 방식으로 주목받을 만하다.
2년 주기로 개최되어 이제 10년째 이른 제5회 세부 한인회장배골프대회가 어제(25일) 필리핀 세부의 알타비스타 골프장(파72 5989미터)에서 개최됐다. 출전자는 총 116명이었는데 이중 한국인은 100명(남성 88명, 여성 12명)에 필리핀 현지인이 16명이었다. 세부의 한국인 거주자는 8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세부의 관광 경기가 최근 침체되어 있었고, 이날 날씨 또한 비가 올듯한 속에 치러지면서 참석률은 예상보다 저조했다.
오전 11시30분부터 실력대에 따라 A,B,C 3개 클래스로 나뉜 신페리오 방식에서 치러졌고 간간히 빗줄기가 지나갔으나 오후 4시경 대회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우승자는 김재연(C클래스), 윤세관(B클래스), 그리고 필리핀인 라몬 세바스티안(A클래스)이었다. 스트로크 타수에서 가장 잘 친 이는 75타를 친 임병호 씨였다.
그런데 한인 골프대회인데 우승자 이름에 필리핀인 것이 이 대회의 특징이다. 4년 전인 3회 대회까지 세부거주 한국인 교민들만의 잔치였다면, 2년 전인 제 4회 대회부터 한국인은 물론 필리핀 현지 골퍼들에게도 문호를 열기 시작했고, 올해는 필리핀인들의 참여가 더욱 확대됐다. 조봉환 세부한인회장의 말이다.
“올해 대회는 한국인 교민 사회와 세부 현지인과의 소통의 장으로 훌륭하게 자리매김한 행사였습니다. 필리핀에서도 상류층이 골프를 즐기는 만큼 이들과 한국인과의 우호 증진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전 세계 각국의 다양한 지역에 한국인들이 퍼져 살고 있다. 세부는 그중에서도 특히 관광객과 유학생의 드나듦이 빈번하다. 세부시 정부는 한국인 관광객이 늘어나자 아예 ‘한국의 날’을 제정했을 정도다.
한국과 세부를 오가는 비행편은 엄청나게 많다. 국내에서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진에어, 부산항공, 제주항공이 있고, 필리핀에서는 필리핀에어, 세부퍼시픽, 제스트에어가 오간다. 세부관광청 집계에 따르면 한 해에 80만여 명이 세부를 찾는데 그중 절반이 한국인이었다.
잔잔하고 아름다운 해안을 가진 세부는 비행거리가 4시간 미만으로 가까울 뿐만 아니라 해양 레포트와 함께 골프로도 적절한 대안이 되고 있다. 대회장인 알타비스타는 한국인이 많이 찾으며 세부 북쪽 2시간30분 거리의 보고에 위치한 메르세데스플랜테이션, 퀸즈아일랜드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골프장이다.
하지만 최근 2년새 세부 경기는 어느 때보다 침체돼 있다. 지난해 가을에 닥친 지진, 태풍의 과잉 보도에 따른 타격이 컸다. 작년 10월15일에 닥친 지진은 세부 옆의 보홀섬, 11월4일 왔던 태풍은 세부섬의 북쪽 끝 다반타얀을 강타했었다. 하지만 재난 구조 점검 본부가 세부에 위치했던 탓에 기사 보도는 통상 ‘세부 발’로 타전되었다. 기자들의 보도와 안내 멘트에서도 보홀이나 다반타얀이라는 정확한 지명보다는 알아듣기 쉽게 ‘세부 인근’이라는 단어로 알려지면서 정작 세부 관광객들이 대폭 줄어들었다.
신대윤 한인회 부회장의 말이다. “세부는 지진이나 태풍 피해를 본 것이 하나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큰 재난이 온 것으로 언론에서 잘못 인용되거나 알려지면서 피해가 컸습니다. 언론보도때의 상황을 이해는 하지만 그로 인해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교민들의 타격이 컸지요.” 게다가 올해는 지난 4월의 세월호 참사로 인해 예년만큼의 여행객들도 줄었다. 따라서 올해 대회는 위축된 관광 경기를 보다 슬기롭게 헤쳐내자는 데 모아졌다. 그리고 그 방식이 현지인들과 함께 상생하는 방식을 확대하자는 것이었다. 시상식 제단 양쪽에는 태극기와 필리핀 국기가 나란히 걸려 있었고, 추첨 경품을 받는 즐거움은 국적 구별이 없었다. 교민이 외국 현지 사회와 잘 융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했다.
[골프다이제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