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PASG(대통령직속 반 밀수조직)밀수단속이 중단되면서 한국수입판매기업들의 숨통이 이제야 트였다.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필리핀한인상공회의소와 주필대한민국대사관이 발벗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월말부터 PASG는 밀수단속을 명목으로 한국수입판매기업체들을 찾아가 24시간 컨테이너 창고를 봉쇄하고 교묘히 영업을 방해하는 등 직간접적으로 금전을 요구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한국수입업체가 밀수가 아닌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물품을 수입한 데도 불구하고 수입가격과 판매가격의 차이가 많이 난다는 이유를 트집잡아 업체대표들을 괴롭혔다. 피해를 당한 한국기업들은 중소기업 뿐만 아니라 대기업도 포함돼 사태의 심각성을 더했다.
피해사례들을 접수한 필리핀한인상공회의소 장은갑 회장은 에두아르도 에르미타(Eduardo Ermita) 말라카냥 비서실장에게 항의서한과 면담을 요청하며 11월12일(목)까지 답변 또는 특별조치를 취해줄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에르미타 비서실장으로부터의 답변은 오지 않았고 해결기미가 보이지 않자 필리핀한인상공회의소는 필리핀 무역산업부(DTI), 재무부(DOF), 관세청(BOC), 투자청(PEZA), 옴부즈맨에 항의서한을 발송하고 상공회의소 회원 및 다른 외국상의연합에 회람을 돌려 해결방안을 촉구했다.
장은갑 회장은 또 16일(월) 최중경 대사와 면담을 가진 후 17일(화) 오전 최 대사와 함께 모 필리핀상원의원을 비공식적으로 만나면서 이번 단속사태를 원만히 처리해줄 것을 부탁했다.
장 회장은 ‘외국인투자유치를 바라는 필리핀 정부가 이러한 문제를 벌이면 투자하려는 우리 기업들에게 무슨 말을 꺼낼 수 있겠냐?’며 상원의원을 설득했고 최 대사는 ‘정당하게 조사한다면 이의가 없으나 불법적으로 영업을 방해하는 행패는 과도한 공권력 남용’이란 식의 언변으로 사태해결에 힘을 실었다.
비공식적 만남은 곧바로 좋은 소식을 불러왔다.
PASG는 만남 당일 오후부터 한국기업 사업장에서 모두 철수했으며 한 한국기업대표는 장 회장에게 “(PASG)팀장으로부터 ‘From now, you are totally free’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전했다. 또 필리핀 무역산업부는 “현재 (사태와 관련해)조사 중에 있다”고 필리핀한인상공회의소에 답변 서신을 보냈다.
장 회장은 “(이번 사태를 비롯해) 앞으로 억울한 경우로 피해를 입은 기업이 있다면 필리핀한인상공회의소로 피해사례를 접수해달라”고 밝히며 “회원사가 아니었던 기업들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상공회의소에)가입해 협력해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최 대사는 18일(수) 말라카냥궁을 방문해 직접 PASG차관을 만나 이번 사태를 강력항의하고 원칙적인 해결과 재발방지에 대한 약속을 받아내는 등 한국기업의 부당함에 적극 협조했다.
장혜진 기자 wkdgpwls@manila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