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을 빠져나가는 로드리고 두테르테(Rodrigo Duterte) 필리핀 전 대통령 사진 ANC 영상 캡쳐
필리핀의 로드리고 두테르테(Rodrigo Duterte) 전 대통령이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체포 영장에 따라 필리핀 경찰에 의해 체포됐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3월 11일(화) 오전 홍콩에서 귀국한 직후, 니노이 아키노 국제공항(NAIA)에서 경찰에 의해 체포됐다.
대통령 공보실(PCO)에 따르면,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마닐라 지부가 ICC의 공식 체포 영장을 11일 새벽에 접수했으며,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홍콩에서 귀국한 직후 공항에서 검찰총장이 체포 영장을 두테르테에게 전달했다.
PCO는 성명을 통해 "경찰이 체포 당시 바디캠을 착용했으며, 현재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정부 의료진의 건강 검진을 받았으며 안전하게 구금되어 있다"고 밝혔다.
"체포 순간과 두테르테의 반응"
체포 당시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나를 죽이려면 죽여라”라며 반발했다.
또한, 그의 부인 허니렛 아반세냐(Honeylet Avanceña)는 체포 과정에서 경찰을 향해 "너무나도 부당하다"고 강하게 항의했다. 이에 두테르테는 "영장이 있으니 어쩔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테르테의 전 법률고문 살바도르 파넬로(Salvador Panelo)는 성명을 통해 "이번 체포는 불법"이라며, "ICC는 필리핀에 대한 관할권이 없다. 체포를 지시한 공무원들은 법적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ICC, 두테르테의 ‘반인륜 범죄’ 혐의 조사"
ICC는 두테르테가 재임 중 벌인 ‘마약과의 전쟁’에서 최소 6,000명에서 최대 30,000명의 민간인이 희생된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를 반인륜 범죄로 간주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전 상원의원 안토니오 트릴라네스(Antonio Trillanes)는 “드디어, 8년 만에 정의가 실현되었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 역시 성명을 통해 "두테르테의 체포는 필리핀에서 정의 실현을 위한 중요한 발걸음이며, 그를 즉각 ICC에 인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향후 절차… 해외 이송 가능성도"
현재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빌라모어 공군기지(Villamor Airbase) 또는 경찰청 본부(캠프 크라메, Camp Crame)로 이송될 예정이다.
두테르테의 법률팀은 병원 구금 요청을 검토하고 있으며, 전 노동부 장관 실베스트레 벨로 III(Silvestre Bello III)는 “ICC 체포 영장에 따라 그가 해외로 이송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ICC 규정에 따르면, 피고인은ICC 자체 구금시설, 제3국 감옥, 네덜란드 헤이그(The Hague) ICC 본부 중 한 곳에서 수감될 수 있다.
"두테르테, 혐의 부인… ‘나는 잘못한 게 없다’"
체포에 앞서, 두테르테는 인터뷰에서 “나는 잘못한 것이 없다. 내 나라를 위해 했을 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또한 "나는 부자가 되지 않았고, 내 집에 nipa hut(전통 초가집) 하나도 늘어난 것이 없다. 새 차도 없다"며, 자신이 부패하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한편, 이날 NAIA에는 두테르테의 지지자들이 모여 "두테르테! 두테르테!"를 외쳤으며, 그의 체포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마닐라서울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