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현지시간) 호주와 파푸아뉴기니 사이 토레스 해협을 통과하는 중국 해군 호위함 헝양함의 모습. [AFP=연합뉴스]
중국 해군 군함들이 최근 호주와 뉴질랜드 사이 태즈먼해 국제 해역에서 실탄 사격 훈련을 강행하면서, 호주 및 뉴질랜드 정부와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뉴질랜드 국방부는 22일(현지시간) 중국 해군 유도미사일 순양함 '쭌이함'의 주포에서 실탄이 발사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중국 군함들은 호주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진입한 후 남쪽으로 이동하면서 이틀 연속 훈련을 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훈련 계획은 훈련이 임박해서야 무선 통신을 통해 통보되었으며, 이에 따라 호주 및 뉴질랜드 항공 당국은 민간 항공기들에게 경보를 발령했다. 일부 항공편은 급박하게 경로를 변경해야 했다. 호주 항공교통 관제 기관인 호주항공서비스의 롭 샤프 CEO는 "거의 훈련이 시작된 직후에야 통보를 받았으며, 약 50편의 민항기가 해당 지역을 급히 우회해야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리처드 말스 호주 국방부 장관은 "이런 활동은 일반적으로 최소 12~24시간 전에 통보하는 것이 관례지만, 중국은 이를 따르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문제를 제기했다. 페니 웡 호주 외교부 장관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G20 외교장관 회의에서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과 이 문제를 논의했다.
호주 정부는 이번 훈련이 단순한 일회성이 아니라, 중국이 향후 이 지역에서 더욱 빈번하게 해군을 배치하고 훈련을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샤오첸 주호주 중국 대사는 28일(현지시간) 호주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중국 해군이 호주와 뉴질랜드 사이 태즈먼해에서 사전 경보 없이 실탄 사격 훈련한 것과 관련해 "국제법과 국제 관행에 따라 훈련한 것"이라며 "중국이 사과해야 할 이유가 없으며 사과할 것이라 생각하지도 말라"고 말했다.
그는 "나라마다 관행이 다르고 훈련의 성격이나 규모, 범위도 다르지만 중국 해군의 행동은 적절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중국은 이 지역의 주요 강국이자 관리해야 할 것이 많은 나라"라며 "우리 해군 함정이 세계 다른 많은 지역에 있는 것처럼 이 지역에도 있다고 생각하며 해군을 여러 지역으로 보내 다양한 활동을 수행하는 것은 정상적인 일"이라고 강조했다.
오는 5월에 있을 호주 총선을 염두에 두고 훈련을 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샤오첸 대사는"중국은 다른 나라의 민주적 절차에 간섭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그렉 모리아티 호주 국방부 차관은 상원에 출석해 중국의 해군력이 강화됨에 따라 향후 몇 년 동안 중국 군함이 더 자주 방문하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중국은 해양 강국으로서 지역 및 글로벌 이익을 확실히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유도미사일 순양함 쭌이함과 호위함 헝양함, 종합보급함 웨이산후함 등 중국 군함 3척은 지난 21∼22일 이틀 동안 태즈먼해에서 실탄 사격 훈련을 벌였다.
호주 당국은 중국이 거의 훈련이 시작된 직후에야 훈련 사실을 통보했다며 비행 중이던 항공기를 포함해 민항기 50편 가까이가 급박하게 해당 지역을 피해 지나가야 했다고 중국에 항의한 바 있다.
중국 해군의 이번 일련의 군사 훈련은 단순한 전술적 움직임을 넘어, 해양 영유권을 강화하려는 전략적 의도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호주, 뉴질랜드, 베트남 등 주변국과의 긴장이 더욱 고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편 중국군은 호주·뉴질랜드 인근 해역에서 실탄 사격 훈련을 한 데 이어 중국과 베트남 사이의 통킹만(중국명 베이부만)에서 실탄 사격 훈련을 실시했다.
AP 통신에 따르면 중국 해사국은 훈련이 전날부터 오는 27일 밤까지 통킹만의 중국 쪽 해역에서 진행된다고 밝혔다.
훈련의 자세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번 훈련은 베트남 정부가 자국의 통킹만 기준선을 발표한 데 따른 조치로 보인다.
앞서 지난 21일 베트남 외무부는 통킹만의 베트남 북부 꽝닌성 연안부터 중부 꽝찌성 연안까지 14개 지점을 표시함으로써 기준선을 표기한 지도를 공개했다.
베트남 외무부는 이 기준선이 2000년 베트남과 중국이 체결한 통킹만 경계 설정 협정에 따라 통킹만 내 베트남의 영해 등 해상 영역 범위를 결정하는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를 통해 베트남은 통킹만 내 자국 영역에서 주권과 관할권을 보호·행사하고 경제 개발 및 해양 관리 등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