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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국민 범죄피해 전년 동기 비해 44.4%↑…필리핀 한인 실종 1위

등록일 2023년10월09일 15시08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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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성수기, 탑승객으로 붐비는 공항 사진 연합뉴스

 

 

 필리핀 한인사회는 타국 한인사회에 비해 이른바 '필리핀 디스카운트(Philippines Discounts)'가 심하다. 한마디로 '부정적 이미지' 점철로 '손해가 많다'는 의미다.  

이런 부정적 이미지 생산의 일등공신은 영화나 드라마 같은 미디어와 국내 언론매체이다. 
창작의 자유도 물론 중요하지만, 대부분 나쁜 범죄와 연관된 시나리오, 배경, 인물 설정 등에서 필리핀을 너무 쉽게 인용한다. 
또한 국내 언론매체 역시 필리핀에 대한 긍정적인 보도는 거의 없고, 사건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마치 특종이라도 되는 냥 대서특필을 한다. 
 
 자극적인 뉴스가 시청자나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시청률이나 조회 수가 목말라하는 국내 언론사의 보도행태는 이따금 지나친 느낌마저 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부정적 국가 이미지, 한인사회 이미지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거주 한인들에게 돌아간다. 
오죽했으면 필리핀에 가서 '같은 한국인을 조심해라!'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떠돌까? 우리는 이점을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 
필리핀 당국 역시 관광객 유치에만 혈안이 될 것이 아니라 국가 이미지 제고에도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 범죄 발생 '中' 1위, 마약사범·자살자 '日' 1위, 실종 '필' 1위

국정감사를 위해 최근 여야 의원실이 외교부에서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를 살펴보자. 

 

○ 범죄 발생=올해 상반기(1~6월) 기준, 전년 동기 비해 재외국민 범죄피해는 7,294명으로 44.4% 급증했다. 
피해유형별로는 분실 > 절도 > 사기 > 교통사고 > 폭행 및 상해 > 행방불명 > 위난사고 순이다. 피해 발생 지역별로 보면 아시아 지역은 베트남 > 중국 > 필리핀 순이며,  미주 지역은 미국 > 중남미 > 캐나다 순이었다. 
최근 5년 범죄(살인, 강도, 강간·강제추행, 절도, 폭행상해 등)발생은 중국이 1,026명으로 단연 많았다.

 

○ 수감자=올해 상반기(1~6월) 기준 해외 우리국민 수감자는 1,017명이며, 이중 마약사범은 272명이다. 
한국인 마약사범 수감자는 일본이 131명으로 가장 많았고, 중국 63명, 필리핀 17명, 베트남 16명, 태국 12명, 호주 9명, 미국 6명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베트남과 필리핀은 마약사범이 늘고 있는 추세이다.

 

○ 실종=최근 5년간 해외에서 실종 후 현재까지 행방이 확인되지 않은 우리 국민은 41명이다. 필리핀 11명, 캄보디아 8명, 베트남 5명, 중국 5명이다. 
필리핀은 2018년 1월~2023년 7월까지 영사민원시스템에 집계된 미종결 실종 건은 11건이며, 실종접수 후 사망확인건은 0건이다.
필리핀은 실종자 공고를 대사관 홈페이지 및 한인회, 교민신문을 통해 지속적으로 한인사회에 내고 있다. 

외교부는 영사조력법 제7조 제5항에 따라 재외국민보호기본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재외국민 사건·사고에 관한 통계를 작성·관리해야 한다.  실종사건이 종결되지 않았다면 찾는 노력을 멈추어선 안 된다. 실종자 찾기에 대한 민관 공동 협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 자살=최근 5년 간 외국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우리 국민은 917명이며, 국가별로는 일본(455명), 미국(72명), 필리핀(66명), 중국(61명) 순이다. 필리핀은 한 해 평균 13.5명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다. 재외국민 자살 예방을 위해 보건복지부는 2020년 각 재외공관을 통해 코로나19로 인한 우울증 및 자살예방을 위한 심리지원 서비스를 도입했지만, 자살 건수가 크게 줄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유는 심리지원 서비스라는 것이 '자살예방 상담 앱 안내', '챗봇 안내'가 대부분이어서 실효성이 떨어진다. 게다가 코로나19로 인한 우울증 및 자살예방 심리지원을 공지한 공관은 주독일, 주예멘, 주앙골라, 주르완다, 주칭다오, 주멕시코, 주요코하마, 주에콰도르, 주아제르바이잔, 주모르코 공관 10개뿐이다. 주필리핀대한민국대사관을 비롯한 많은 공관 홈페이지 어디에도 이와 관련된 공지가 없다. 

 제대로 된 정책 홍보도, 적극적인 재발방지 의지도 없는 탁상공론식 행정이었음을 의미한다. 재외국민 자살사건 발생 시 영사조력법에 따라 연고자에게 고지하는 등의 절차를 진행한다. 연락을 받은 연고자가 입국해 장례를 치루기도 하고,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대사관과 한인회에 장례를 의뢰하는 경우도 있다. 또 아예 시신인수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경우 대사관과 한인회는 무연고 시신을 처리해야 한다. 이와 관련된 외교부의 긴급 지원 예산(긴급구난활동비 사용지침, 외교부예규 제71호, 시행 2015. 3. 11)이 존재하지만 이를 모르는 이들이 많다. 

또 예산집행에 대한 소명·보고해야 하는 사안이 복잡해 당장 시신처리가 급한 현장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일선 관계자들이 관련 예산 이용을 꺼려한다. 사실 공관장이나 주재원들의 의지만 있다면 재외국민 보호 목적을 위해 책정된 이 예산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적극적으로 활용되지 않고 있다.

결국 한인회 예산 또는 교민들의 십시일반 모금으로 장례·화장 절차 등을 지원하고, 한인회 관계자들이 산골 업무까지 떠맡는다. 이 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필리핀 지자체의 무연고 사망자 시신처리 규정에 따라 시신을 위탁한다. 

필리핀 지자체의 무연고 사망자 시신 처리는 매우 열악하다. 쓰레기봉투나 헌 담요에 시신을 둘둘 말아 장례식장 귀퉁이 선반에 다른 시신들과 함께 포개어 놓고 매장허가가 나올 때까지 방치한다. 또 관도 없이 2명씩 콘크리트 묘지에 가매장 한다. 

 

◆ 필리핀도 희노애락이 넘치는 사람사는 곳

 

해외에 공관을 설치하는 목적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주재국 정부와의 외교사무를 위해, 다른 하나는 주재국에 체류하거나 방문하는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 보호를 하기 위함이다. 

임무를 소홀히 한 외교관 개개인이나 대사관을 마냥 비난하고 싶지 않다. 어차피 본국이 아닌 외국에서 본국 수준의 행정서비스를 받기는 힘들다. 본국 수준의 행정 서비스를 요구하는 것도 무리이다. 

재외국민보호를 위한 영사조력법 역시 시행 이전이나 이후나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달라진 것이 없다.  외교관이나 주재원들은 최장 3년 임기만 채우면 그만이다. 그들에게 무한한 사명감이나 책임감은 기대할 수 없다. 필리핀 한인회의 회비는 1년에 1,000페소이다. 문제가 생기면 평소 한인회비 한번 내지 않은 이들이 한인회 문을 두드린다. 

한인회는 국가의 예산으로 운영되는 것이 아닌 한인사회 구성원이 십시일반 낸 회비를 통해 운영되는 비영리 단체이다. 
같은 한국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물심양면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지만 분명 한계는 존재한다. 한인회의 한 해 예산은 400~500만 페소 사이이다. 환화로 1억원이 약간 넘는 예산 수준이다. 

주필리핀한국문화원이 작년 한필수교 73주년 기념 행사로 불과 보름 남짓한 1회성 행사에 6억원의 예산을 집행했다. 한인회 1년 예산이 불과 나흘 만에 집행됐다. 본국 정부나 공관은 재외국민 보호를 거창하게 떠들며 수백 억원의 예산을 집행하지만 실효성 없는 정책과 구호만 난무한다. 

재외국민들을 위해 사용되어야 할 예산이 본국 보고 용도 그 이상의 의미를 찾기 힘든 행사나 사업에 매년 투입된다. 대사관과 한인회는 대한민국 국민이기에, 같은 한국인이기에 생면부지 당신을 도와주는 것일 뿐이다. 단지 도움을 주는 것이지 본국에 준하는 완벽한 행정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보장이 아니다.

필리핀에 살면서 힘들고 어려울 때 도움을 주는 이 하나 없는 인간관계는 누구의 잘못이 아니다. 범죄를 저지르고 도피하다 체포되어 수형 생활을 하는 것도 누구의 잘못이 아니다. 모두 본인의 선택에 의한 것이다. 누구 탓을 하기 이전에 스스로 먼저 주의를 기울이고 경각심을 지녀야 한다. 애써 부정적 이미지를 강조할 필요도, 편견을 지닐 필요도 없다. 필리핀도 희노애락이 넘치는 사람사는 곳이다. 


<재필리핀한인언론인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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