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전 승리를 거두며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한 태극전사들(연합뉴스)
한국 축구가 강호 포르투갈에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고 12년 만에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뤘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3일 오전(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포르투갈과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마지막 3차전에서 2-1로 역전승을 거두었다.
전반 5분 히카르두 오르타에게 선제골을 내준 한국대표팀은 전반 27분 김영권(울산)이 동점골을 뽑아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왼쪽에서 이강인(마요르카)이 왼발로 찬 코너킥이 호날두의 등에 맞고 골문 앞에 떨어졌고 문전 앞에 있던 김영권(울산)이 넘어지면서 날린 왼발 발리슛이 포르투갈 골문을 열었다.
전반 42분에는 비티냐(파리 생제르맹)의 중거리 슛을 김승규가 쳐낸 것이 마침 호날두 앞으로 흘러나왔다.
이에 지체 없이 몸을 날린 호날두가 다이빙 헤딩슛으로 연결했다. 그러나 영점을 전혀 맞추지 못했는지 호날두와 문전의 김승규 사이에는 아무도 없었지만, 슈팅은 골대와는 거리가 먼 방향으로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마치 수비수가 다급히 위험지역에서 공을 걷어내는 모습과 유사했다.
사실상 전반에만 호날두 덕에 벤투호가 두 골을 번 셈이었다.
누리꾼들은 호날두가 3년전 한국방문때 노쇼를 경기에서 보상했다며 호날두를 비아냥거렸다.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한 호날두는 후반 20분 교체됐다. 이 과정에서 조규성(전북)과 입씨름을 하기도 했다. 김영권의 동점골이 터졌지만 승리의 조짐은 좀처럼 보이지 않았고 포루투갈은 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또다시 무승부로 끝날 듯하던 후반 46분 손흥민(토트넘) 빠른 질주에 이은 어시스트를 받아 슛을 날린 황희찬(울버햄프턴)이 천금 같은 결승골이 터지며 짜릿한 2-1 역전승을 일궜다.
2대1로 경기에서 승리한 선수들은 다시 둥글게 모여 우루과이와 가나의 경기결과를 지켜봤다. 선수들은 우루과이가 가나를 2대0으로 이기며 종료되자 16강 진출을 축하하면 환호했다.
우루과이와 첫 경기에서 0-0으로 비긴 뒤 가나에 2-3으로 졌던 한국은 이로써 1승 1무 1패(승점 4, 4득점 4실점)가 돼 포르투갈(2승 1패)에 이은 H조 2위로 각 조 1, 2위가 나서는 16강 무대에 오르게 됐다.
알와크라의 알자눕 스타디움에서 가나를 2-0으로 누른 우루과이도 1승 1무 1패(승점 4, 2득점 2실점)가 돼 승점과 골 득실 차까지 같아졌지만, 다득점에서 한국이 앞서 16강 티켓을 손에 넣었다.
이로써 한국은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회 이후 12년 만에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뤘다.
역대 최고 성적인 4강 신화를 쓴 2002 한일 월드컵을 포함하면 역대 세 번째로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를 통과했다.
가나는 1승 2패(승점 3)로 조 최하위로 대회를 마쳤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 주장 손흥민(30·토트넘)은 경기후 가진 인터뷰에서 "국민 여러분의 응원 덕에 선수들이 한 발 더 뛰는 에너지와 힘을 받았다"고 극적인 16강 진출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손흥민은 "생각한 대로 어려운 경기였고, 처음에 실점해서 더욱 그랬다."며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한 발 더 뛰고 희생한 덕분에 이런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기쁨의 눈물을 감추지 못한 그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때도 최선을 다했지만 이런 결과를 얻지 못했는데 이번엔 결과까지 얻게 돼서 너무 기쁘고, 선수들이 정말 자랑스럽다"고 덧붙였다.
세 번째 월드컵 출전만에 처음 16강에 오르게 된 손흥민은 "이 순간을 상당히 많이 기다려왔고, 선수들이 분명히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주장인 제가 부족한 모습을 보였는데 선수들이 커버해줘서 정말 고맙고, 자랑스럽다"고 강조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얼굴 부위를 다쳐 마스크를 쓰고 경기장에 나선 그는 '마스크 투혼이 16강 진출의 원동력이 된 것 아니냐'는 물음에 "그건 아닌 것 같다"며 "국민 여러분 응원 덕에 선수들이 한 발 더 뛰는 에너지와 힘을 받아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다"고 답했다.
16강전 각오에 대해 손흥민은 "16강이 저희에게 목표였고, 다가오는 경기에 최선을 다하겠다. 축구는 결과를 아무도 모른다"고 다짐했다.
그는 "저희가 가진 것을 며칠 잘 준비해서 또 최선을 다해 좋은 경기 보여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며 "벤투 감독님의 마지막 경기를 벤치에서 같이 할 수 있어서 너무 감사드린다"고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브라질 치치 감독 "한국, 내일 연구할 것평가전과 달라"
한국의 16강 상대인 브라질 축구대표팀의 치치(61) 감독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 카메룬전에서 교훈을 얻었다며 한국전에 방심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하게 밝혔다.
치치 감독은 3일(한국시간)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메룬과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G조 3차전에서 0-1로 패한 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포르투갈, 사우디아라비아는 아르헨티나, 튀니지는 프랑스, 카메룬은 우리를 꺾었다."며 "이 같은 결과는 많은 것을 말해준다. 다음 경기에선 조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별리그 1, 2차전에서 모두 승리해 16강 진출을 확정한 브라질은 이날 주요 선수를 빼고 1.5군 전력으로 임했다.
브라질은 경기 내내 카메룬을 몰아붙였으나 득점하지 못했고, 경기 종료 막판 추가 시간에 상대 팀 뱅상 아부바카르에게 결승 골을 내줘 패했다.
한국은 지난 6월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브라질과 평가전에서 1-5로 대패했다. 전반까지는 1-2로 비교적 팽팽하게 맞섰지만, 후반에 3골을 추가로 내주면서 크게 졌다.
하지만 선수들도 치치 감독처럼 한국전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경기 후 브라질 수비수 다니 아우베스(UNAM)는 취재진에게 "월드컵엔 약한 상대가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며 "큰 교훈을 얻었다."고 강조했다.
한국과 브라질은 6일 오전 4시 카타르 도하의 974 스타디움에서 8강 티켓을 놓고 싸운다.
16강전은 4일 오전 0시 열리는 네덜란드-미국전부터 시작되며, 6일 오전 0시 일본-크로아티아전에 이어 오전 4시 한국-브라질전이 펼쳐진다. 만약 일본이 크로아티아를 이기고, 한국이 브라질을 잡고 8강에 오른다면 사상 초유의 ‘월드컵 본선 한일전’이 성사될 가능성도 있다.
대표팀 주장 손흥민은 16강 진출 직후 인터뷰에서 “다가오는 경기에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브라질과의 매치업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축구 결과는 정말 아무도 모르는 것이지 않나. 며칠 동안 최선을 다해 준비해서 또 좋은 경기를 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연합/마닐라서울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