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아프리카선 여전히 기승…'선원납치' 증가도 우려
2017년 한 해 동안 전세계에서 발생한 해적 사건이 180건에 그쳐 20년래 최저 수준을 보 였다. 하지만 이슬람 반군의 선원 납치가 기승을 부리는 필리핀과 아프리카 주변 해역에선 해 적의 공격이 여전히 심각한 위협이 되는 것으 로 나타났다. 12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있는 국 제해사국(IMB) 해적신고센터에 따르면 2017 년 발생한 해적 공격 건수는 총 180건으로 전 년도(191건)보다 5.7% 감소했다. 이는 188건의 공격이 기록됐던 1995년 이 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국가별로는 1만7천여 개의 섬으로 이뤄진 세계 최대 군도 국가인 인 도네시아에서 발생한 사건이 43건으로 가장 많지만, 지난 2015년(108건)에 비해선 절반 미 만으로 줄어든 것이다. 아프리카의 새로운 해적활동 중심지로 주목 받는 나이지리아 인근 해역의 해적 공격 건수 도 33건으로 전년도(36건)보다 소폭 감소했다. 하지만 일부 국가에선 해적 활동이 늘어나 는 추세가 이어졌다. 인도네시아, 나이지리아 다음으로 해적 관 련 사건이 많이 일어난 필리핀의 경우 작년 한 해 동안 전년도(10건)의 갑절이 넘는 22건의 해적 공격이 기록됐다. 대다수는 수도 마닐라와 주요 항만인 바탕 가스에 정박한 선박을 노린 공격이었으나, 필 리핀 남부 해역에선 몸값을 노린 선원 납치 가 주종을 이뤘다. IMB는 작년 한 해 10건 의 해상납치 사건이 발생해 전년도(62명)보다 17.3% 많은 75명이 피랍됐다고 밝혔다. 이중 65명은 나이지리아 기니만에서, 나머지 10명은 필리핀 남부 해상에서 각각 납치됐 다. 이처럼 선원 등을 납치해 몸값을 뜯는 '인 질범' 형 공격이 늘어나는 이유는 물품을 빼앗 거나 선박을 억류하는 것보다 안전하고 손쉽 게 거액의 현금을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에 이어서는 베네수엘라(12건)와 방글라데시(11건) 순으로 해적 관련 사건이 많았다. 한편, 한때 연간 200여건 이상을 기록했던 소말리아와 아덴만, 홍해에서의 해적 공격 사 례는 2016년 2건까지 급감했다가 2017년 9건 으로 다시 늘어날 조짐을 보인다. 작년 11월 17일 소말리아 인근 해역에선 파 나마 선적의 컨테이너선에 올라타려다 실패한 해적들이 배를 향해 휴대용 대전차로켓 두 발 을 발사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IMB의 포텐갈 무쿤단 국장은 "이 극적인 사건은 소말리아 해적들이 해안에서 수백 마 일 떨어진 항로를 지나는 상선을 공격할 역량 을 아직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두고 있는 IMB는 지난 10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2017 해적 및 선박 무장강도 연례 보고서'를 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