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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선규 컬럼] 23. 휴일의 달콤함

등록일 2007년02월23일 14시11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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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일자: 2007-02-23
 

오랜만에 휴일을 종일토록 집에서 보내게 되었습니다.

서재에 틀어박혀 독서를 하기로 마음먹고 오래전 대학 초년생 때 읽었던 ‘독일인의 사랑’을 책꽂이에서 뽑아 들었습니다.

마음을 푸근히 갖고 편한 자세로 책을 펴 드니 세상만사 부러울 것이 없습니다. 

 

‘독일인의 사랑’을 쓴 작가는 언어학자인 막스 뮐러입니다.

그는 1823년 독일의 데사우에서 태어났는데 그의 아버지는 당시 독일의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서정시인인 빌헬름 뮐러였습니다.

아버지의 열정적인 교육을 받은 그는 어릴 적부터 어학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으며 음악에도 관심이 많았습니다. 대학에 들어가 언어학을 전공하여 학자의 길을 걷게 되며 범어학의 대가가 됩니다. 그는 일찍 고향을 떠나 파리에서 공부를 하였고, 영국의 옥스퍼드대학의 교수로도 재직하였으며 터키왕의 초청으로 불경 간행에도 종사하다가 1900년 77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합니다.

그는 여러 권의 저서를 남겼지만 소설은 오직 단 한 편을 남겼는데, 그 작품이 바로  ‘독일인의 사랑’입니다.  

이 소설에는 ‘나’라는 1인칭의 주인공이 등장하는데 그의 유년 시절의 첫 번째 회상으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유년의 어느 날 차가운 밤 어머니 품에서 본 빛나는 별들, 눈부신 하늘과 자줏빛 오랑캐꽃의 강렬한 향기, 금빛 십자가가 걸린 교회의 종탑과 영혼을 파고들었던 맑고 성스러운 찬송 소리 등이 어린 소년의 첫 번째의 회상입니다.

두 번째 회상은 6살 어린 소년이 처음으로 바깥세상의 타인인 우아하고 신비로운 미소의 후작 부인을 보는 순간 기분을 이기지 못하여 부인의 목에 매달려 어머니에게 하듯 키스를 하는 실수를 저지르고 맙니다. 아름답고 고상해 보이는 부인은 미소를 머금고 어린 소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지만 아버지께 엄한 꾸중을 듣게 되자 무안하여 그만 흐느껴 울게 됩니다. 왜 자신이 꾸중을 들어야 하는지 이유를 알 수 없는 소년은 집에 돌아와 어머니께 호소했지만 어머니도 역시 남에게 예의를 지켜야지 무례하게 행동하면 안 된다며 소년을 타이르셨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그 ‘남’이란 무엇인지 어린 소년은 곰곰이 생각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세 번째 회상입니다.

얼마 후 다시 성에 간 소년은 후작 부인을 만나고 그의 어린 아이들과 함께 놀게 됩니다.

학교가 파한 후엔 성에 들러서 어린 공자들이 소유한 이제껏 만져보지도 못하던 장난감들을 가지고 놀기도 하고 그림책 등을 보기도 하며 때로는 가지고 놀 물건들을 빌리고 얻기도 하여 집으로 가져옵니다.

그러나 소년은 남의 것을 가져다가 마치 내 것처럼 불쌍한 여인에게 거리낌 없이 줌으로 인하여 어이없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내 것과 남의 것을 구별하는 관념이 발달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학교에 입학하여 다니기 시작할 무렵 영주의 딸인 공녀 마리아를 만나게 됩니다.

마리아의 어머니는 그녀를 낳자마자 죽고 영주는 재혼을 했습니다.

소년이 만난 마리아는 얼굴이 창백했으나 온화하고 아름다웠으며, 눈은 깊고 신비스러웠습니다. 그러나 몸이 허약해서 하얀 옷을 입고 늘 침대에 누워서 지내는 외롭고 딱한 소녀였습니다.

마리아는 자신의 생일날 동생들에게 반지를 나누어 주고 자신도 하나 갖습니다. 곧 자신이 죽을 것이라 생각하고 자신이 죽은 후에도 동생들이 자신을 잊지 않게 하기 위하여 준비한 슬픈 선물인 것입니다. 그러나 자신이 가질 그 반지를 소년이 원한다는 것을 알고 반지를 소년에게 줍니다. 하지만 소년은 ‘하나님의 뜻에 따라’ 라고 쓰인 그 반지를 소녀에게 되돌려 주며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이 반지를 내게 주고 싶거든 네가 그대로 갖고 있어. 네 것은 다 내 것이니까.”

마리아는 어리둥절하여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반지를 도로 받아서 자신의 가냘픈 손가락에 낍니다.

다음은 네 번째의 회상입니다.

어느덧 대학 생활 초기의 멋진 시절도 다 지나가 버리고 더불어 수많은 인생의 꿈들도 사라져 버렸지만 그 중에 오직 하나 남은 것은 신과 인간에 대한 믿음이라고 고백하는 그는 여름 방학을 맞이하여 고향에 돌아오게 됩니다.

유년의 기억 속에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되어있는 후작 부인은 이미 죽었으며, 전에 친구였던 맏공자와는 이제는 다시는 옛날처럼 다정하게 놀 수 없는 서먹서먹한 관계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마리아 공녀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고 그녀에게로 달려갑니다.

그녀는 병상에서 그를 진실된 친구로 맞이하지만 그녀의 깊어진 병으로 인하여 안타깝게도 긴 만남은 불가능했습니다.

다섯 번째 회상입니다.

매일 저녁 그녀를 찾게 됩니다. 그녀는 자신의 생이 이미 전에 끝날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여러해 동안 그녀의 마음속에서 자라온 것들을 거리낌없이 그에게 이야기하지만 그는 왠지 그녀처럼 마음을 활짝 열어 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여섯 번째의 회상입니다.

다음날 아침 그의 집을 방문한 노의사인 호프라트씨로부터 마리아 공녀의 병이 위중하므로 뵈러 가면 안된다는 경고를 받습니다. 의사는 그에게 여행을 떠나라고 말합니다. 마리아도 시골로 휴양을 떠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녀 곁에 있을 때만 살아있는 사람인데 만날 수가 없다니--- 그녀 곁에 머물고 싶지만 사랑하는 마리아를 위하여 그는 마침내 2주간의 여행을 떠납니다.

일곱 번째 회상입니다.

여행지에서 그는 그녀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말하지 못한채 이 세상을 떠나 보낸다면 그녀를 그렇게 내버려둔 자기 자신을 용서하지 못할 것이란 생각을 합니다.

지체 없이 그녀에게 돌아가 하늘이 그들에게 베풀어주는 모든 것을 참고 견디는 것이 자신의 의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마침내 그는 마리아가 요양을 떠나 있는 고성을 찾아가서 창백한 안색의 그녀를 만나게 됩니다. 그는 마침내 마리아 앞에 무릎을 꿇고서 사랑을 고백합니다. 그러나 그녀의 얼굴에는 고통스러운 흔적이 서려 있었습니다. 그녀는 내일 저녁 다시 보자면서 그에게 돌아가 달라고 말합니다.

마지막 회상 입니다.

심부름꾼 하나가 편지 한 통을 전달합니다.

마리아가 보낸 편지에는 “오늘은 의사 선생님이 오시기로 되었으니 모레에나” 라고만 쓰인 편지였습니다. 사랑하는 그녀를 만나지 못하고 기다려야만 한다는 현실이 안타까워서 상심하지만 잘 인내합니다.

이틀 후에 만난 그녀의 입에서 오늘이 마지막 만남이라는 말을 듣게 됩니다.

그녀의 아버지께서 절대 만나서는 안 된다는 명령을 내리셨다며 헤어지자는 것입니다.

그는 그녀의 괴로움을 알 수가 있었습니다.

마리아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묻습니다. “당신은 왜 나를 사랑하나요?”

"왜라니요 마리아! 어린애한테 왜 태어났냐고 물어보십시오. 꽃한테 왜 피었느냐고,

태양에게 왜 비추느냐고 물어보십시오. 나는 당신을 사랑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사랑하는 겁니다.

“나는 당신 거예요. 하나님이 그렇게 되기를 원하신 대로 지금의 나 그대로를 받아주세요. 내가 살아있는한 당신의 것입니다. 천국에 가서도 하나님께서 우리를 보다 아름다운 삶으로 인도해 주시고 당신의 사랑에 대한 보상을 내리시기를 바라겠어요.”  

"하나님, 제게 이 행복을 용납해 주십시오."

결국 두 사람의 사랑은 이루어지지만 마리아는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처음이자 마지막이 된 포옹과 부드러운 키스로 이 세상의 사랑을 마감했습니다.

그녀가 마지막 남긴 편지에는 그녀가 내게 주었고 내가 다시 그녀에게 돌려준 반지가 들어있었고 그 반지를 싼 종이에는 어린 시절 그가 그녀에게 했던 말이 씌어 있었습니다.

“당신의 것은 내 것입니다. 마리아.”

주인공인 ‘나’는 한 여인에 대한 사랑을 인류 전체에 대한 사랑으로 승화하여 살아가게 됩니다.

 

이 작품에는 서양의 중세적인 경건주의를 바탕으로 하여 동양의 불교적 신비주의 분위기가

물씬 풍깁니다. 그리고 당시의 독일인의 낭만주의적인 애정관을 볼 수 있으며 읽는 이로 하여금 사랑과 삶의 의미를 다시 한 번 깊이 음미하게 만드는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나는 다시 청년기로 돌아간 듯 뛰는 가슴으로 책을 들은 후에 놓지 못하고 완독하였습니다

김정훈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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