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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선규 컬럼] 24. 달밤의 상념

등록일 2007년02월23일 14시09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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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일자: 2007-02-23
 

삼십여 년 넘은 세월을 함께 살아온 나와 아내가 가끔씩 의견이 달라서 사소한 다툼을 하는 것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아내는 자기 전에 반드시 창문의 커튼을 단정하게 내리고 자는 것을 좋아하나 나는 커튼을 내리지 않고 넓은 창을 통하여 밤하늘을 바라보다 잠들기를 좋아하기에 가끔씩 다툼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마닐라 골프장을 바라보고 서 있습니다.

우리 아파트 25층 안방의 넓은 유리 창문을 통하여 내려다보이는 경치는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습니다.

밤이면 멀리 희미하게 고층건물의 숲이 보이고, 가까이로는 무성한 나무들이 달빛의 차가움에 흠뻑 젖어 있어 고즈넉한 운치를 더해 줍니다.

특히 달빛이 고요하게 밝은 한밤에 깨어서 나 홀로 조용히 달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형언할 수 없는 어떤 신비스러운 기운이 내 온몸을 감싸주는 듯합니다.

나는 상현달의 오만함도 좋아하지만 하현달의 서글픔에 마음이 흔들려서 종종 잠을 이루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만물이 잠든 시간 나 홀로 깨어서 달빛을 벗 삼아 상념에 잠기기를 좋아합니다.

소년이 되어 넓은 들판을 달리고 잠자리를 쫓으며 무서워하던 뱀도 만납니다.

보리밭 고랑의 종달새 둥지도 찾습니다. 벌거숭이 몸으로 개울에 풍덩 뛰어들어 헤엄도 칩니다.

다정하신 어머니의 손을 잡고 포프라 나무가 무성한 신작로 길을 하염없이 걸어가기도 합니다.

내 머릿속 상념의 실타래는 나비처럼 가볍게 너울너울 춤을 추듯 달빛 사이로 풀려나갑니다.

달빛의 마술에 걸려든 나는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릅니다.

 

오늘 밤은 여인의 서글픈 눈썹 같은 하현달이 오랫동안 나와 함께 있습니다.

저 하늘 멀리서 보석처럼 반짝이다 아쉽게도 서서히 사위어가는 몇 개의 별들도 보입니다.

나는 어려서부터 불러온 찬송가 한 구절을 입 속으로 나지막이 불러 봅니다.

‘참 아름다워라. 주님의 세계는 저 솔로몬의 옷보다 더 고운 백합화’

가슴 속에 따뜻한 기운이 퍼짐을 느낍니다.

진실 된 마음으로 주님께 감사와 경배를 드립니다.

그리고 가만히 밤하늘의 별들을 세어 봅니다.

별 하나 나 하나, 별 둘 나 둘 …

커튼을 내리지 않기를 참으로 잘한 밤입니다.

김정훈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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