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서 사형제 부활을 둘러싼 논란이 가 열되고 있다. 오는 6월 말 취임하는 로드리고 두 테르테 대통령 당선인이 사형제 재도입을 공언 하자 반발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두테르테 당선인은 지난 15일 기자회견에서 마약과 강간, 살인, 납치 등 강력 범죄에 대해 사형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범죄를 막으려면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두테르테 당 선인은 범죄가 만연한 필리핀에서 대통령 취임 6개월 안에 범죄를 뿌리 뽑겠다는 공약 덕분에 대선에서 승리했다. 두테르테 당선인이 하원 의 장으로 염두에 둔 판탈레온 알바레스 의원은 지 난 18일 현지 언론에 "7월 17대 의회가 문 열면 사형제 도입이 최우선 안건 가운데 하나가 될 것" 이라며 "개원 100일 안에 관련 법안을 다룰 것" 이라고 말했다. 필리핀은 1987년 사형제를 없앴 다가 1993년 살인과 아동 성폭행, 납치 범죄에 한해 부활했다. 이후 7명을 사형에 처하고 2006 년 글로리아 아로요 정부 때 다시 폐지했다. 당시 사형제에 대한 가톨릭계의 반발이 컸기 때문이다. 필리핀에서는 전 인구의 80% 이상이 가톨릭 신자다. 필리핀 가톨릭 주교회의 공보담 당 리토 좁슨 신부는 "우리가 삶과 죽음을 결정 할 권리를 갖고 있지 않다. 모든 인간의 존엄성 을 존중해야 한다"며 두테르테 당선인의 사형 제 부활 계획에 반대했다. 레니 로브레도 하원 의원은 "과거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정부(1965∼ 1986년)와 피델 라모스 정부(1992∼1998년) 때 사형제를 시행한 경험을 돌이켜볼 때 사형이 흉악한 범죄를 막지 못할 것"이라며 "반대 목소 리를 계속 낼 것"이라고 말했다. 로브레도 의원은 지난 9일 치러진 부통령 선 거의 비공식 개표 결과 1위를 달리고 있다. 그 가 부통령에 당선되면 두테르테 당선인과의 충 돌이 예상된다. 란힐리오 아키노 산베다법대 학 장은 사형이 범죄를 예방한다는 것을 뒷받침하 는 폭넓은 연구 결과가 없다고 지적했다. 사형제를 운영해도 강력 범죄가 줄지 않았다 는 것으로, 가난과 빈부 격차 해결 등 근원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국제앰네스티 필리핀 지부 등 인권단체들이 사형제 재도입 저지에 나설 계획을 세우고 있어 필리핀 차기 정부가 출범하면 사형제 부활 여 부를 놓고 갈등과 대립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